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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코로나 江을 건너는 아이들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현 삼척여고 교사

    발행일 : 2021.06.03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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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았다. 일 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어린이들은 비 온 뒤 흙냄새를 알까. 자연이 내뿜는 숨결을 모르고 성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 학교 3학년 박다희 학생이 국어 시간에 '격리된 아이'를 읽고 이런 글을 썼다. '격리된 아이'는 코로나19 시대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이 담긴 소설집이다. 나는 학생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코로나 시대를 문학·사회·과학·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들을 읽고, 토론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수업에 참가하는 고등학교 아이들은 훤히 알고 있다. 기성세대가 생태계와 인간의 공생(共生)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 전(全) 지구적인 돌림병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채로 성장할까 봐 염려한다. 봉쇄되었던 우한 사람들의 공포를 짐작하고 마음 아파한다. 감염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인권을 존중하고 있는지, 인류가 자연을 '자원'으로만 생각해 온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어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배려 깊고 성숙하다.

    이번 주, 1학년이 온라인 수업이다. 교사들은 매 시간 빈 교실에 가서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만나 수업한다. 쉬는 시간, 교실 앞을 지나는 중이었다. 교실에서 여럿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3분의 2 등교 지침 때문에 1학년은 학교에 나오면 안 되는데, 아이들이 왔나? 의아한 마음에 교실 문을 열어보았다.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어찌 된 일일까. 컴퓨터가 켜져 있었고 모니터 안에서 온라인 교실에 모인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니 온라인에서라도 서로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신이 난 목소리였다.

    혹독한 이 시절, 아이들은 '코로나19'라는 강을 이렇게 건너는 중이다. 마스크로 입이 막힌 채 혼자 터덜터덜 걷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다. 자기 이익만 셈하느라 눈 빨간 게 아니라 더 어린 사람들, 다른 사람들, 자연의 품에 담긴 생명체들에 눈길을 주며 걷고 있다. 아이들이 생명에 대한 감각을 다치지 않고 강을 건너는 비법이다.
    기고자 :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현 삼척여고 교사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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