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유가 2년만에 최고치… 韓銀 "인플레 예의주시"

    김정훈 기자 정석우 기자

    발행일 : 2021.06.03 / 종합 A8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소비 늘며 불붙은 물가… 휘발유·경유 20% 넘게 올라
    물가 잡으려 금리 조기인상땐 경기회복에 찬물

    2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2층 식품 매장. 가공식품, 생활용품 코너와 달리 과일과 채소 등을 파는 신선식품 코너는 비교적 한산했다.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7680원으로 1년 전(5980원)은 물론이고 지난달(6990원)보다 올랐다. 제철 과일인 참외 한 봉지(1.5㎏·1만800원)는 1만원대로 올라섰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주부 황모(54)씨는 "신선 식품이 너무 비싸서 마트에 들러서는 값이 덜 오른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사게 된다"고 했다.

    5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 상승했다. 2017년 8월(3.5%)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60품목 중 일반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141품목을 따로 뽑아 산출한다. 올 초 한창 비쌀 때와 비교하면 가격이 떨어졌지만 파(상승률 130.5%), 사과(60.3%), 계란(45.4%)을 장바구니에 담기에 아직 부담스럽다. 원재료값 상승과 소비 회복은 서비스 물가도 자극하고 있다. 외식(2.1%), 구내식당 식비(4.4%) 등도 오름세다.

    ◇국제 유가 상승도 주요 원인

    기름값도 상승 폭이 컸다. 경유가 25.7%, 자동차용 LPG가 24.5%, 휘발유가 23% 올랐다. 회사원 이모(47)씨는 "작년엔 주유소 가면 가득 넣어 달라고 했는데, 요즘은 싼 주유소를 찾아 가서 5만원어치씩 넣는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반영되면서 국제 유가는 뛰고 있다.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고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1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는 배럴당 67.72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시장에선 북해산 브렌트유가 장중 71.34달러를 찍기도 했다. 작년 이맘때 배럴당 30달러 저유가였던 것과 비교하면, 세계 경제가 점차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석유 수요가 많은 데 더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들이 내달까지는 급격한 증산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당분간 국제 유가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 속 인플레이션 악영향 우려

    경제가 다시 살아나 물가가 오르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럽연합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는 1일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국인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달(1.6%)이나 시장 예상치(1.9%)를 넘어서는 수치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5% 올랐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백신 보급으로 유럽 전역의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경제가 다시 돌아가고,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4월 소비자물가가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4.2%를 기록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회복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인플레이션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선으로 보기도 한다. 당초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1.8%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2%를 넘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한은이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빚으로 부동산·주식과 가상화폐 등에 투자한 가계와 빚으로 버티고 있는 한계기업에 금리 인상은 악재다. 경기 회복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여당 돈풀기가 인플레 자극할 수도

    여당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하반기 추가 경정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나선 것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추경 규모가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의 재정 정책은 경기 과열을 부르고, 돈이 자산 시장으로 과하게 흘러 들어가 버블(거품)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이 공급 부족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며 하반기부터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정부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달 안으로 5000만개 이상의 계란을 수입하고, 막걸리 등에 쓰이는 가공용 쌀 2만t을 추가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 껑충 뛴 장바구니 물가와 기름값

    [그래픽]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고자 : 김정훈 기자 정석우 기자
    본문자수 : 225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