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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투기 수사 중간 발표… 이틀전 경찰 브리핑 '재탕'

주요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 출범의 계기가 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3개월 만이다. 정부는 그동안 2400여명이라는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했지만 구속한 사람은 34명이다. 고위 공직자(3급 이상) 구속은 없다. 관가에선 "별 성과 없이 이미 발표한 수치들을 짜깁기해 '부동산 투기 척결 홍보용'으로 써먹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동산 투기 척결 쇼'

이날 발표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서울정부청사에서 직접 했다. 김 총리 뒤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김대지 국세청장, 조남관 대검 차장,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이 병풍처럼 나란히 서 있었다. 국내 주요 사정 기관의 수장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특수본은 이날 A4용지 13쪽짜리 보도 자료를 통해 그동안의 '수사·단속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보도 자료에는 '경찰에서 1560명, 검찰에서 641명, 국세청·금융위에서 200여명을 차출해 총 2400여명 투입' '2800여명이 수사 진행해 34명 구속' 같은 숫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 수치들은 이미 경찰이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발표한 수치를 그대로 재탕한 것이었다.

◇"수사 더디고 알맹이 없어"

경찰 내부에서도 "'재탕' 발표가 당혹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총리실 요청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면서 "사실 이틀 만에 새롭게 발표할 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수본은 시민 단체가 고발한 국회의원 5명 중 더불어민주당 양향자·양이원영 의원은 무혐의 처분했고, 다른 의원 두 명도 무혐의로 가닥을 잡았다. 유일하게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만 압수 수색 등 강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이 수사 중인 고위 공직자 8명 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한 사람은 1명뿐이다. 1명도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혐의가 아니라 농사를 짓지도 않을 거면서 농지를 산 농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이 지난 4월 땅 투기 혐의를 받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이 지난달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반려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출신의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이 사건이 문제가 된 건 내부 정보를 활용한 권력형 비리, 고위 공직자의 사익 추구였는데 엉뚱하게 탈세 등을 한 일반인들만 잡고 있다"며 "전형적인 물타기 수사"라고 했다.

또 본지 취재 결과 "기관 간 유기적으로 (협조가) 잘되고 있다"고 한 김 총리 말과 달리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몇 명을 기소했는지 모르고 있었고, 검찰도 경찰이 수사해 송치한 인원 중 몇 명을 기소했는지 몰랐다. 검경만 놓고 봐도 손발이 안 맞고 있었다.

◇'내로남불 피의 사실 유포'

한편 이날 정부는 부동산 투기로 구속된 공직자 사례를 공개했다. '2016년 7월 양구군수 재직 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인근 토지를 매입' '2020년 9월 포천시 도시철도 유치 업무를 담당하면서 개발 예정지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공무원(5급)'이라고 보도 자료에 자세히 적혀 있었다.

법조계에선 수사 상황을 외부에 알린 '피의 사실 공표'란 비판이 나왔다. 김 총리는 이날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사안이기 때문에 설명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으나 이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변호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범죄 혐의를 담은 공소장 내용이 보도됐을 때엔 피의 사실 공표라며 유출자 색출에 나섰던 정부가 이번엔 국민 알 권리를 내세우며 수사 상황을 발표·중계하는 건 코미디"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정권에 유리한 수사는 적극적으로 알리고, 불리한 수사 내용은 틀어막는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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