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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이틀 후 1000만원 줬다

    석남준 기자

    발행일 : 2021.06.03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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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막음用 합의금으로 준 의혹… 경찰, 기사도 증거인멸 혐의 입건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법무차관이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폭행 당시 초대 공수처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던 상황에서, 입막음용으로 택시 기사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폭행 피해자인 택시 기사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차관에게서 합의금 1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폭행 이틀 뒤인 작년 11월 8일 이 차관이 집 근처 카페로 찾아와 사과와 함께 합의금을 제시하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날 SBS는 이 차관이 작년 11월 6일 택시 기사를 폭행한 모습이 담긴 37초짜리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여기에는 작년 12월 19일 본지 첫 보도로 알려진 이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차관의 서울 서초동 자택 부근에 다다른 기사가 운행 도중 "여기 내리시면 돼요?"라고 묻자, 뒷자리에 있던 이 차관은 갑자기 "이 XX놈의 XX"라고 욕을 했다. 기사가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라고 묻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 차관은 다짜고짜 기사에게 달려들어 수 초간 멱살을 잡고 "너 뭐야"라고 다그쳤다.

    영상 속에는 택시가 운행 중인 모습이 담겨있어, 이 차관에게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주요 물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차관이 '기사님이 내려서 뒷문을 열어 날 깨우는 과정에서 내가 멱살 잡은 걸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차관이 택시가 운행 중이 아닌 정지 상태에서 폭행한 것으로 상황을 조작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런 내용이 담긴 영상을 지워 달라며 1000만원을 건넨 이 차관을 '증거인멸 교사(敎唆)'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경찰 안팎에선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이 차관이 건넨 합의금이 통상 수준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택시 기사 A씨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합의 다음 날인 9일,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영상이 없다"고 허위 진술했다.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에서 물러나 월성 원전 경제성 축소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으로 일하고 있었던 이 차관은 이로부터 3주 뒤 법무차관에 임명됐다.

    현재 이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경찰이 맡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쪽에서 사건을 전담했다면 충분히 구속영장을 신청·청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두 기관이 나눠서 수사를 맡으면서 이 차관이 실질적인 혜택을 얻은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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