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헬스 에디터의 건강 노트] 심장 박동이 멈춰도 살아가는 이유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발행일 : 2021.06.03 / 건강 A2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교통사고가 난 현장에 한 사람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구급대원이 달려와 맥박을 짚어 보니, 박동이 없다. 이미 사망했다고 판단할 순간, 호흡이 살아 있는 걸 보고 놀란다. 심장은 뛰지 않는데, 숨은 쉬다니. 어찌 된 일인가.

    이 환자의 심장에는 인공 심장이 달려 있다. 심장 박동의 핵심인 좌심실 박동을 보조 인공 심장 하트메이트(heartmate)가 대신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환자를 드물지 않게 접할 것이다. 국내서 하트메이트 단 환자가 200명 가까이 돼간다.

    하트메이트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면 박동 대신 '슥~' 하는 나직한 기계음이 들린다. 펌프가 돌아가는 소리다. 인공 심장은 양수기처럼 펌프를 돌려 혈액을 전신에 보낸다. 모터는 1분에 1만 번 이상 회전한다. 고속 주행 자동차 엔진 회전수의 2배다.

    펌프는 자기 부상 열차 원리로 공중에 떠서 돌아간다. 혈액이 고속 회전 펌프를 통과할 때 자칫 믹서기가 되어 적혈구 알갱이가 으깨질 수 있다. 전기 자장을 걸어 적혈구가 알알이 흩어져 흘러가도록 했다.

    좌심실에 박힌 인공 심장은 몸 밖으로 연결된 전선을 통해 배터리로 작동한다. 환자는 배터리를 매달고 최대 17시간 돌아다닐 수 있다. 잘 때는 전기 콘센트에 꽂아 충전하면 된다. 그 덕에 중환자실에 누워 있어야 할 말기 심장병 환자들이 집 마당 잔디를 깎고, 손자들과 산책을 다닌다.

    국내서 하트메이트 수술을 가장 많은 87건 시행한 삼성서울병원 조양현 흉부외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공 심장을 몸에 넣고 산 지 10년 넘은 환자가 수천 명 된다"며 "국내 첫 환자도 9년째 살고 있고, 도중에 심장이식을 받지 않고, 이것으로 버티는 환자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보조 인공 심장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1억5000만원 하는 기구 값을 환자는 800만원 정도 낸다. 다만 수술 받으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국 약 10개 대학병원이 이 수술을 한다.

    인공 심장은 새로운 윤리 이슈를 낳는다. 환자가 배터리 전선을 가위로 끊어서 자살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잠자는 환자의 전기 코드를 빼어 타살하는 경우가 생긴다. 뇌를 크게 다쳐 거의 뇌사에 이르거나, 말기암 상태가 되어 회복이 불능해지면, 의료진이 인공 심장 스위치를 오프(off)로 해야만, 환자가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심장 박동은 멈춰도 심장은 멈추지 않는 세상이 됐다.
    기고자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21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