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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된 '이건희 회장 기부금' 3000억원
희소 질환 조기 진단에도 투입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에게 기부받은 3000억원을 소아암, 희소 질환 극복에 쓸 예정이다.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 채종희(임상유전체학과·사진) 정밀의료 및 희귀질환 센터장은 "돈이 없어 유전자 치료를 받지 못하던 희소 유전체 질환 아이를 선정해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개 소아과 진료실에는 기관지염, 설사 등 10가지 이내 질병이 있는 환자가 온다. 하지만 채 교수 진료실에는 척수성 근위축증, 다발성 신경섬유종 등 질병명이 각기 다른 환자가 하루에 70여 명 온다. 희소 질환이 8000종 이상이고, 유전자 이상도 80%나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희소 질환 어린이 상당수가 진단이 늦어지고 여러 병원을 헤맨다. 정확한 진단에 수년이 걸린다. 국내에서는 환자 100만명이 1200여 종의 희소 질환을 앓고 있다.

채 교수는 "정확한 진단이 늦고 유전자 상담도 받지 못하면서, 그사이 둘째를 낳아 뒤늦게 둘 모두 희소 근육병 환자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며 "걸음걸이나 발달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다양한 희소 질환과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곳을 조기에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기부금'은 이런 희소 질환 조기 진단을 위해 고가의 유전자 검사 지원에도 쓰일 예정이다.

유전자 검사의 발달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새롭게 밝혀지는 질환이 100여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진단에 상응하는 치료제를 찾기가 어렵다. 현재 전체 희소 질환자의 5% 정도만 유전자 맞춤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나머지 환자는 질병 치료가 아닌 기능상 문제만 개선하는 재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다양한 시도에 휘둘리게 된다.

채 교수는 "희소 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연구에 기반하고, 여러 장기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의 협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희소 질환 역경을 이겨내고 휠체어에서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학업에 전념해 명문대에 들어가는 인재도 많다"며 "이들이 적재적소에 가서 진단과 치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 병원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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