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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대표와 靑서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은 2일 4대 그룹 대표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건의하자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공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임 4주년 기자회견 당시 "국민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과 비교해 좀 더 긍정적으로 입장이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8·15 광복절 특별 사면 또는 가석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로 최태원 SK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를 초청해 1시간 30분 동안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4대 그룹 대표와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앞서 4대 그룹은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44조원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고,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문 대통령 모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오찬에 대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업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먼저 "대한상의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에 대해 고려해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부회장 사면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단체 명의의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어 김기남 부회장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고, 다른 대표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 건의를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를 듣고 있던 문 대통령은 "경제 5단체장 건의는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물었고 최 회장이 "이 부회장 사면"이라고 하자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20조원 등을 포함해 4대 그룹의 44조원 대미 투자와 관련해선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 4대 그룹 역할이 컸다"며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표들도 "정부와 기업이 소통하는 격의 없는 자리를 마련해주어 감사하다"고 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미 회담 후) 워싱턴에 남아서 현지 반응을 더 들었는데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미국 상황에 한국 투자가 적절히 이뤄져 바이든 행정부가 고마워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구광모 회장은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 갈등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다가왔는데 정부가 기업의 이야기를 듣고 대처해줘 고맙다"고 했다. 정의선 회장은 "정부의 회복, 포용,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미 투자를 하면 우리 중소 중견기업이 동반 진출하거나 수출도 유도할 수 있어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했다.

이날 오찬에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먹었던 크랩 케이크가 나왔다. 기고자 :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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