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역사·분단·노동은 잠시 내려놓고… 꽃과 음식 나오는 순한 맛 어때요?"

    이기문 기자

    발행일 : 2021.06.04 / 문화 A20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장편 '… 좀 울어도 돼요?' 펴낸 동인문학상 작가 구효서 인터뷰

    소설가 구효서(63·사진)는 30여 년간 전업 작가로 살며 인간성과 사회를 성찰하는 끊임없는 글쓰기로 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대산문학상 등 여러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했다. 환갑 즈음 소설 쓰는 일이 버거워졌다. "언제나 좋은 평가를 기대하며 치열하고 진지하게 실험적으로 썼어요. '소설은 이래야 한다'는 식으로 역사와 계급, 민족 분단과 노동을 다뤘죠. 문득 이런 단어들이 무겁고 공허한 거예요. 왜 이렇게 써야 돼 맨날?"

    그렇게 그는 최근 소설책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해냄)'를 펴냈다. 4년 만의 장편. 강원도 평창의 한 산골이 배경이다. 한때 평창에서 살았던 누나 집에 들락날락하며 마주친 사람들로 소설을 구상했다. 소설에선 홀로 딸을 키우는 여성이 운영하는 시골 펜션에 6·25 참전 용사인 미국인 노인과 한국인 아내, 시골 이주를 꿈꾸는 부부 등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머문다. 한 식탁에서 음식을 나누고 자연을 벗하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눈만 뜨면 귀에는 각종 정치와 사건·사고, 부동산과 주식 등을 화제로 한 도시의 거친 언어들이 들려요. 특별시와 광역시가 아닌 시골과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다른 인생의 가능성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직장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30년 된 17평 아파트.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글쓰기 노동 원칙을 칼같이 지킨다. 주중 아침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25분을 달려 출근한다. "멍하게 궁리도 하고, 쓰기가 안 되면 읽기도 합니다. 그것도 안 되면 이불 깔고 자요. 쓴다는 행위는 그 모든 것의 총체입니다." 어깨에 힘을 빼자 순한 이야기가 술술 써졌다. 3개월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

    "순해 보일 것 같아서" 소설 제목을 '요'로 끝냈다. 지방을 배경으로 음식과 꽃나무가 등장하는 작품을 '요요 소설'로 이름 붙였다. 그는 "이번을 시작으로 요요 소설을 10권까지 내고 싶다"고 했다. "이미 통영, 목포 등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4권까지 지역과 인물, 스토리를 다 고안했어요." 어느덧 원로 소설가 취급을 받으면서 신작 청탁보다 심사와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이 많아졌다고 한다. 출판사가 책을 내줄까 걱정하는 나이가 됐지만 그래도 쓴다고 했다. "한창일 때의 과거 자신과 자꾸 비교해선 답이 빤하죠. 남아있는 열정과 꿈과 기획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지금도 문장을 시작하면 글이 나와요. 소설의 시작은 언제나 첫 문장부터입니다. 첫 문장 쓰고, 이어서 한 문장 쓰고."
    기고자 : 이기문 기자
    본문자수 : 124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