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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2040] 정치인 패션의 세대교체도 보고 싶다

    채민기 문화부 기자

    발행일 : 2021.06.04 / 여론/독자 A2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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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의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36세 후보를 보면서 젊은 정치인과 옷차림에 대해 생각했다.

    우선 그가 합동연설회나 TV토론처럼 진지한 자리에서 청바지를 입지 않는 점이 반가웠다. 정치인의 청바지는 대개 클리셰다. 너무 젊은 나머지 다른 당 대권 주자로부터 '장유유서' 소리까지 들었던 그는 젊음을 애써 입증할 필요가 없다. 만약 그랬다면 '청바지 입은 꼰대'들을 답습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야구장에서 보여준 차림새는 조금 아쉬웠다. 경기 중 '오대영으로 털리고(지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 그는 홈팀 팬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다른 팬들도 댓글에서 그를 '패요(패배의 요정)'라며 애정 어린 이름으로 불렀다. 이런 날 청바지를 입고 유니폼까지 걸쳤다면 대구에 왔다는 느낌이 살지 않았을까. 그는 파란색 노타이 재킷과 운동화, 입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를 선택했다. 어쩌면 그는 청년답게 활기찬 이미지도 연출하고 싶고 걸음도 편했으면 좋겠고 방역수칙도 지켜야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체면과 홍보 효과도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게 아닐까. 정장도 캐주얼도 아닌 어정쩡한 옷차림을 보며 생각했다.

    일주일 뒤 전당대회에서 그가 정말 당대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결과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건 0선(選)의 30대가 청년층 호응에 힘입어 돌풍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그 함의는 후보 개인이나 한 정당의 차원을 넘어서는 신호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희망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맹목적 진영 논리에 신물이 나는 만큼, 젊고 합리적인 인물들이 정치권에 등장해서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정치의 세대교체를 바라는 만큼 정치 패션의 세대교체도 보고 싶다. 지금껏 우리 정치인들의 패션이 구태 정치만큼 구태의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젊은 새 얼굴들이 낡은 양복 만능주의에 안주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즈니스 캐주얼 시대에 양복을 고집한다고 해서 정치의 품격이 높아지지 않는다. 양복이 멋지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여야 막론 펑퍼짐하고 볼품없으니 안타까우면서도 신기한 일이다. 이런 양복보다 제대로 입은 캐주얼이 낫다. 양복이냐 캐주얼이냐가 아니라 어떤 양복, 어떤 캐주얼이냐가 문제다.

    다음엔 젊게 입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요즘 인터넷에선 '젊게 사는 아재 패션'이라는 게시물이 인기다.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 눈엔 영 아니올시다인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애용한다는 스냅백(챙이 평평한 야구모자), 깃 세운 티셔츠, 캡틴 아메리카 핸드폰 케이스 따위가 나열돼 있다. 젊음은 액세서리가 아니다. 젊게 산다는 자각부터가 이미 젊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정치인의 패션은 치장이 아니다. 패션으로 메시지를 드러낼 때는 행동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 어떤 의원은 양복 깃에 배지를 예닐곱 개씩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대부분 유가족, 피해자분들이 직접 달아주신 배지들이어서 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약자에 대한 공감이 각별한가 보다 했는데, 임대료를 5% 넘게 올릴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고 본인 소유 아파트 임대료는 9% 인상했다. 백팩에 텀블러를 들고 소탈한 모습으로 청년들의 호감을 샀던 어느 장관은 불공정의 아이콘이 돼서 청년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정치인들의 쇼는 이미 충분히 봤으니 국회에서까지 패션쇼를 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감각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패션을 정치 무대에서 보고 싶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인들이 드물지 않게 될 때 우리 정치도 조금은 발전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기고자 : 채민기 문화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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