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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12년만에 총리 교체… 긴장하는 中東

    파리=손진석 특파원

    발행일 : 2021.06.04 / 국제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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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 물러나

    두 번에 걸쳐 15년 2개월을 재임한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반(反)네타냐후' 기치를 내건 9개 정당이 연정(聯政) 구성에 합의하면서 네타냐후의 실각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네타냐후가 총리직에 두 번째로 오른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이스라엘의 국가 지도자가 바뀌게 되면서 중동 정세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돼 주변 국가는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가 주시하고 있다.

    2일(현지 시각)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지난 3월 총선 결과 원내 2당이 된 예시 아티드(17석)를 중심으로 모두 68석을 가진 9개 정당이 연립정부를 꾸리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전체 120석이다.

    원래 반네타냐후 진영에는 모두 57석을 보유한 7개 정당이 참여해 과반수(61석)에 미달했지만, 제3지대에서 관망하던 극우 성향 야미나(7석)와 아랍계 라암(4석)이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정권 교체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예시 아티드에 주어진 연정 구성 마감 시한을 두 시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9개 정당의 합의에 따라 4년간의 의회 임기 중 첫 2년은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49) 대표가 총리를 맡고, 이후 2년은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가 총리를 맡게 된다. 새 정부는 일주일 안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권력 교체는 팔레스타인을 긴장시키고 있다. 차기 총리가 될 베네트는 강경한 유대교 원리주의자다. 스스로 "네타냐후보다 내가 더 강력한 우파"라고 말해왔다. 그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은 총살해야 한다"거나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되면 이스라엘은 국가적 자살을 하게 된다"는 자극적인 발언을 해왔다.

    따라서 이스라엘 새 정부가 시오니즘을 강조하며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세계를 자극하는 정책을 가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지난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하면서 고조된 이슬람 세계와의 갈등이 더 첨예화될 수 있다. 베네트는 국방장관이던 지난해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에 병합하고 이곳에 이스라엘 건물을 짓는 일을 주도해 반발을 불렀다. 당시 그는 "1초도 멈출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베네트가 총리에 취임하는 것만으로도 평화에 타격을 가하는 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나 베네트가 평소 소신대로 강하게 팔레스타인을 압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반네타냐후 연정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처음으로 좌파, 중도, 우파, 아랍계까지 모두 망라된 통치 집단이다. '무지개 연정'으로 불릴 만큼 이념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베네트가 자신의 뜻대로 대외 정책을 끌고 나가면 아랍계나 좌파의 반발로 연정이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 BBC는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을 묶은 동력은 네타냐후를 권력에서 제거하겠다는 욕구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베네트가 대외 관계에 영향을 끼칠 민감한 정책을 당분간 내놓지 않는 전략을 가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간 가디언은 "새 정부가 와해를 막기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와 같은 어려운 이슈보다는 경제와 방역 같은 보편적인 문제 해결을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새 정부가 서안지구를 합병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갈등이 커지는 것을 바이든 행정부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기 총리가 될 예정인 베네트는 부모가 미국에서 이주해온 유대인. 2013년 이스라엘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이전까지 미국 국적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 장교로 복무한 뒤 미국에 건너가 1999년 '사이요타'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업했다. 33세 때 이 회사를 1억4500만달러(약 1600억원)에 매각해 거부(巨富)가 됐다. 이후 이스라엘로 돌아와 2006년 야당 대표이던 네타냐후의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네타냐후의 신임을 얻으며 경제장관, 교육장관, 국방장관 등 장관만 다섯 차례 지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총리가 될 욕심에 네타냐후를 배신하고 '반네타냐후 연정'에 가담했다.

    이스라엘의 국내 정치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네타냐후는 순순히 물러날 분위기가 아니다. 뇌물 수수, 배임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인 네타냐후로서는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스스로를 방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는 "좌파가 집권에 참여하면 안보가 무너진다"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지만 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가 (새 정부에 대한) 신임 투표를 할 때 반대표를 던져달라며 새 연정 내부의 우파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연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네타냐후 측이 물밑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 이스라엘 차기 총리 베네트는 누구
    기고자 :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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