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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브리핑] 프랑스·독일 과거사 참회 경쟁 왜?

    파리=손진석 특파원

    발행일 : 2021.06.04 / 국제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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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와 독일이 나란히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과거 잘못에 대해 책임을 인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1994년 르완다 대학살과 관련해 "당시 프랑스가 (학살을 저지른) 르완다 정권의 곁에 있으면서 르완다 국민에게 끼친 고통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자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옛 식민지였던 나미비아에서 1904~1908년 사이 벌어진 대학살에 대해 "독일이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왜 프랑스와 독일이 동시에 과거사 잘못을 인정했나.

    아프리카에서 유럽의 영향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특히 과거 아프리카에 식민지가 많았던 프랑스가 위기감을 느낀다.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프랑스어권 국가의 힘이 줄어들고 케냐·탄자니아·우간다 등 영어권 국가의 힘이 커지는 추세다.

    -아프리카는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

    르완다는 벨기에 식민지였지만 그로 인해 프랑스어가 공용어가 되면서 쭉 프랑스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르완다가 2009년 영연방에 가입한 이후 프랑스와 조금씩 멀어지는 중이다. 독일은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나미비아 대학살을 사과했다. 프랑스·독일은 중국·러시아의 아프리카 진출에 가속도가 붙는 것을 막으려고 애쓴다.

    -과거사 인정이 순전히 대외 관계 때문인가.

    유럽의 국내 정치와도 맞물려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민자 유입에 따른 반발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중도 우파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해설이 나온다. 과거사 책임 인정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 한다는 얘기다. 프랑스는 내년 4월에 대선, 독일은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유럽도 중국·러시아처럼 원조를 늘리면 되지 않나.

    쉽지 않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고 기술도 이전하며 항만·고속도로·철도를 놓는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공사를 벌이고 있다. 지원의 규모에서 유럽은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러시아는 무기를 서방보다 저렴한 가격에 넘겨주면서 아프리카에 다가가고 있다. 프랑스·독일은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며 아프리카에 훈수를 둔다. 하지만 중국·러시아는 독재 정권이나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도 '묻지 마 지원'을 하며 환심을 사고 있다.
    기고자 : 파리=손진석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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