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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203) 노화의 종말

    백영옥 소설가

    발행일 : 2021.06.05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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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게놈 연구자의 인터뷰에서 극(克)노화라는 용어를 들었다. 극(克)노화는 항(抗)노화와 달리 인간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다시 젊어지게 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렇게 2040년쯤 인간이 200세를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했다. 200세라니! 70세까지 건강하면 다행이고 이후의 삶은 선물이라 생각하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모두 70세 이전으로 계획했다. 노안이나 기억력 감퇴 같은 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0년 전, '미래생활사전'에서 론 클라츠 박사는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겠지만, 늘어난 시간은 건강한 삶의 연장이 아니라 죽음을 늦춘 데 불과하다. 사실상 사망 지연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과잉생존자(Over-Stayers)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20년 후 읽은 '노화의 종말'에서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지금까지 인류가 노화를 '어쩔 수 없음'으로 전제했다고 지적한다. 이쯤 해서 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데, 노화는 조금씩 쉬면서 올라가는 등산이 아니라 연속 장애물 경주에 가깝기 때문에 넘어질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게임이다. 흥미로운 건 모든 심혈관 질환을 막는다 해도 인간 수명이 1.5년, 암의 경우 2.1년이 더 늘어날 뿐이라는 연구다.

    그래서 지금처럼 의학이 개별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 건강 수명을 늘리기 힘들다. 암을 극복한다 해도 언제 뇌혈관이나 심장이 고장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모든 장애물을 쓰러뜨릴 의학이고, 그 전제가 통념을 깨고 '노화를 질병으로' 정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학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알 수 없다. 30년 전 영상 통화를 한다는 건 상상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인간 게놈 지도를 만든다는 것은 현대판 불로초이고, 한 인간의 생로병사와 사주팔자를 바꾸는 일이다. 정말 200살까지 살게 된다면 축복일까 재앙일까. 그 많은 시간을 우리는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기고자 : 백영옥 소설가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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