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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21) 자살을 당할 수도 있어요

    황석희 영화 번역가

    발행일 : 2021.06.05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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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에 묶여 앉은 채 앞에 있는 FBI 요원 맷 그레이버를 노려보는 마약 조직 간부 기예르모. 알레한드로라는 남자가 커다란 생수통을 하나 들고 들어온다. 알레한드로는 서늘한 무표정으로 생수통을 기예르모의 의자 옆에 쿵 하고 내려놓는다. 맷 그레이버는 기예르모를 향해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자리를 비킨다. 이후 들리는 기예르모의 신음 섞인 비명.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Sicario·2015·사진)'의 한 장면이다.

    과거 멕시코의 검사였던 알레한드로는 마약 조직 소노라 카르텔을 수사하던 중 보복으로 아내와 딸을 처참하게 잃고 시카리오(스페인어로 '암살자')가 되어 소노라 카르텔의 보스를 노린다. 미국 CIA는 FBI의 케이트 요원을 들러리 삼아 마약 카르텔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알레한드로를 대동하고 소노라 카르텔이 지배하는 구역, 후아레스로 들어간다. 하지만 CIA의 속내는 마약 카르텔 소탕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마약 카르텔을 처단하고 통제 가능한 마약 카르텔에 마약 유통의 실권을 넘기려던 것. 알레한드로는 사적 복수와 이해가 일치하여 이 작전에 참여한다.

    드디어 증거를 잡아 소노라 카르텔의 영지로 잠입한 알레한드로. 그는 가족과 식사 중인 소노라 카르텔의 보스 파우스토와 함께 저녁 테이블에 앉는다. 잠시 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의 아내와 아이를 사살한다.

    "복수란 음식은 차갑게 식혀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La vengeance est un met que l'on doit manger froid)." 알레한드로는 이 프랑스의 속담처럼 차디차고 달콤한 복수를 완성한다. 그는 격분하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작전의 내막을 몰랐던 케이트는 모든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겠다며 알레한드로에게 덤벼들지만 그는 조용히, 차갑게 총구를 케이트의 턱 아래 갖다 대며 말한다. "자살을 당할 수도 있어요(You would be committing suicide)."

    케이트는 뒤돌아 나가는 그에게 차마 총을 쏘지 못한다.
    기고자 : 황석희 영화 번역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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