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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곽아람 기자

    발행일 : 2021.06.05 / Books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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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네테 크롭베네슈 지음|이지윤 옮김|시공사|300쪽|1만6000원

    "빛이 있으라."

    창세기의 조물주가 명령한 후 '빛'은 절대선이 되었다. 빛은 통찰과 계몽의 표상이자 정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독일 생물학자로 2013년 전 세계 최초로 야간 인공 조명의 해악을 고발하는 국제회의를 연 저자는 말한다. "밤에 충실하라(Carpe Noctem)." 그는 "인공 조명의 과도한 발달로 밤이 '폐기'되면서 빛이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빛 공해'가 지구 생명체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은하수를 본 적이 없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세계 인구의 3분의 1가량은 은하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 2002년 설문에 따르면 독일인의 3분의 1가량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은하수를 본 적이 없다. 밤하늘이 밝아져 별을 관측할 수 없게 되는 현상을 '스카이 글로(sky glow)'라 부르는데,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유럽 밤하늘의 88%, 미국 밤하늘의 절반이 환해졌다. 고성능 전조등과 광고판 등이 더 이상 별이 빛날 수 없게 만들었다.

    1879년 백열등을 시장에 내놓은 토머스 에디슨은 "잠은 인류 최대의 적"이라며 4시간만 잔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의학계는 7~8시간 수면을 권장한다. LED 조명,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불빛은 건강한 잠을 방해한다. 수면 호르몬이자 중요한 항암제인 멜라토닌은 어두워져야 몸에서 생성되는데, 적절하지 않은 시간대에 눈으로 빛이 들어오면 생체 리듬이 교란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빛 공해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 저자는 "한국 인구의 66%가 너무 밝은 환경에서 살고 있어서 눈이 완전한 암순응에 들어가는 일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한국 연구팀이 수면제를 처방받은 60세 이상 성인 5만2000명의 주거지 밝기를 위성사진으로 살펴봤더니 수면제 복용 가능성이 주거지 밝기에 비례해 증가했다.

    많은 조명 설계자가 달과 비슷한 밝기의 빛이라면 생태적으로 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달에는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가 있다. 보름달이 뜬 밤은 뜨지 않은 밤보다 최대 300배까지 더 밝다. 저자는 "가로등 밝힌 도시의 밤은 자연 상태의 달 없는 밤보다 최대 1000배까지 더 밝아질 수 있다"면서 "절대 지지 않는 인공 달 1000개를 야행성 동물 서식지로 가져오는 건 정도를 넘어선 환경오염"이라 말한다. 프랑스 실험에 따르면 밤에 먹이를 찾는 회색쥐여우원숭이는 굴에서 50m 떨어진 곳에 가로등 불빛이 비치자 먹이 사냥 시간을 대폭 줄였다. 대부분 밤에 이동하며 가장 밝은 지점을 향해 날아가는 철새들에게 자연 상태에서는 달이 가장 확실한 목표 지점이 된다. 인공 조명은 새들의 나침반에 교란을 가져온다. 북미에서는 조명이 설치된 방송탑과 충돌해 죽는 새만 해도 매년 70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빛 공해는 부지불식간에 그 강도가 매년 2~6%씩 증가한다. 지나친 조명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눈이 피곤한 사람이 많지만, 이들은 빛에 대항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불을 밝힐 권리가 안전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더 밝다고 더 안전하지는 않으며, 더 많은 빛이 더 좋은 빛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영국 연구자들은 2000년 이래 가로등에 변화가 생긴 62곳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범죄와 소등이 연관돼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5년 독일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의 61.5%는 오전 8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 일어났다. 도로 야간 조명에 의한 강한 명암 대비는 운전자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걸 저해하는데, 국제조명위원회는 이것이 야간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 지적했다.

    '밝을수록 좋다'는 고정관념의 이면을 돌아보도록 하는 책. 2003년 프랑스에서 빛 공해 방지 법안이 발효되고 많은 유럽 국가가 조명은 위에서 아래로만 비춰야 한다는 빛방출 규제법을 마련하는 등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빛과 어둠의 교차가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자주 불을 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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