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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조민 기소'가 진짜 사과다

    박국희 사회부 기자

    발행일 : 2021.06.05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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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유출한 답안을 보고 내신 시험을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숙명여고 쌍둥이가 지난 4월 2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왔다.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에게 자매는 욕설의 의미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 장면은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이 사건이 있기 두 달 전인 올 2월, 의사 되기를 준비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씨가 한일병원 인턴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숙명여고 쌍둥이의 교무부장 아버지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입시 비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고, 조민씨의 어머니 정경심씨 역시 작년 말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똑같은 입시 비리 사건인데 누구는 1심 선고도 전에 고교 퇴학 뒤 대학은커녕 지금도 재판을 받으러 다니는 신세이고, 다른 누구는 입학 취소는커녕 검찰 기소도 되지 않고 오히려 꿈을 향해 한 계단씩 전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은 아버지가 평범한 학교 선생님이고 다른 한쪽은 현 정권의 막후 실력자라는 점뿐이다. 기자들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내민 쌍둥이들이 "조국 딸은 놔두고 왜 우리만 갖고 그래"라는 생각을 안 했을까.

    최근 회고록을 낸 조 전 장관은 자신을 과도한 검찰 수사의 희생양으로 포장했지만, '조국 일가' 수사를 앞두고 갑자기 폐지된 '검찰 포토라인'처럼 '조국'이라서 받은 특혜는 열거하기도 힘들다. 검찰 수사 시작도 전에 이화여대 입학이 취소된 최순실 딸 정유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입시 비리 사건에서 조민처럼 1심 유죄판결 후에도 부산대 등 학교들이 정권 눈치를 보며 입학 취소를 하지 않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입시 비리 수혜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도 '조국 딸'만의 특혜다. 뇌물을 준 사람만 처벌하고, 받은 사람은 가만 놔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은 2019년 11월 정경심씨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딸을 입시 비리 공범으로 적시했지만 여전히 공범을 기소하지 않고 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권력 눈치를 본다기보다 수사팀을 아예 해체해 버렸는데 누가 기소를 하느냐"고 한탄했다. 정권의 온갖 방해 속에서 조국 부부의 재판 대응을 하는 것만도 솔직히 힘이 부친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2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한 '무늬만 사과'를 하자 "이전에도 저는 같은 취지의 사과를 여러 번 했다.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개혁 작업에 매진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회고록에서 "딸아, 너는 잘못한 게 없다"고 했다. 조국도 민주당도 진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저를 잊어달라"는 것도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말로 들린다. 잊으면 안 된다. 딸의 입학 취소와 검찰 기소 없이는 무너진 공정은 회복되지 않고 어떠한 반성도 가짜 사과일 뿐이다.
    기고자 : 박국희 사회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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