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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5층 계단서 굴러 생일날 싸늘한 주검으로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1.06.05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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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무렵 사고, 12시간 지나 발견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한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현장. 건물 5층과 6층 사이 내부 계단에서 벽면 미장 작업을 하던 일용직 근로자 백모(58)씨가 1.5m 높이 작업 발판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계단 아래 5층까지 굴러떨어진 백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아무도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주변에 다른 작업자는 물론이고 현장 안전 관리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작업을 마무리한 근로자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공사장 출입문이 닫혔지만, 누구도 백씨가 퇴근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12시간이 넘도록 방치된 백씨는 다음 날 오전 6시 30분쯤 가족의 연락을 받고 현장을 찾은 동료 근로자들에 의해 차디찬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날은 그의 58번째 생일이었다.

    사고 당시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건물 내부 공사가 한창이라 CCTV도 없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4일 백씨가 작업 중 발을 헛디뎠거나, 다른 이유로 의식을 잃어 뒤로 넘어지면서 발판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숨진 백씨의 오른쪽 귀 뒷부분이 멍이 든 채 부어 있었지만, 다른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검의는 "사인(死因)은 충격에 의한 뇌출혈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밝혔다. 백씨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과정에서 나온 토사물에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남아 있는 점으로 미뤄 사망 시각은 지난달 25일 오후 6시 이전으로 추정됐다.

    백씨 딸은 "형제자매 없이 아버지만 의지하고 살아왔는데, 생신 날 아버지 주검을 봤다"며 "경찰의 미흡한 조치와 사업주의 안전 수칙 위반 등을 조사해 원인 제공자들을 엄벌해달라"고 말했다.

    백씨 딸은 사고 당일 오후 8시 14분 경찰에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실종 신고를 했다. 평소 백씨는 맞벌이하는 딸과 사위 대신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손자를 마중 나갔는데, 이날은 하원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섰지만, 백씨 휴대전화가 GPS나 와이파이에 연결되지 않아 인근 기지국만 확인됐다"며 "기지국 반경 1~2㎞ 지역을 대상으로 수색을 벌였으나 백씨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건설사와 하청업체 관계자, 현장 사무소장 등 5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작업이 끝날 때까지 사고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경위 등 안전 수칙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기고자 :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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