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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의 어떤 시] (23) 루바이(rubāi) 71, 96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발행일 : 2021.06.07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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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바이(rubāi) 71

    움직이는 손가락은 쓴다, 썼다.
    네 아무리 기도를 바치고 재주를 부린들,
    되돌아 한 줄도 지울 수 없지.
    눈물 흘린들 한 단어도 씻어낼 수 없지

    루바이 96

    아, 장미꽃 시들며 봄날은 사라지고
    젊음의 향기 짙은 책장도 닫혀야하네
    나뭇가지 위에서 노래하던 나이팅게일,
    어디서 와서 어디로 날아갔는지!

    -오마르 하이얌
    (Omar Khayyám·1048∼1131)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rubāi· 페르시아어로 4행시)를 어떻게 해설할지, 손가락이 떨린다. 루바이 71번은 쓰는 행위 자체를 소재로 삼은 특이한 시다. 한번 쓴 뒤에 지울 수 없는 글, 한번 지나가면 지울 수 없는 인생. 눈물을 흘려봤자 한 시간도 씻어버릴 수 없다. '쓴다-썼다'로 이어지는 시제의 변화도 흥미롭다. 어떻게 천 년 전에 이런 모던한 시를? 페르시아의 천문학자 시인 오마르 하이얌에게 서양인들은 열광했다. 연설 중에 "Moving Finger writes and having writ"를 인용하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생각난다.

    루바이 96은 가볍고 나른하다. "젊음의 향기 짙은 책장" 표현이 멋지다. 4행 "어디로 날아갔는지" 뒤에 "아는 이 있나"를 행이 길어져 생략했다. 어느 날 내 시야에서 사라진 새를 나도 시로 썼다. "새 한 마리가 나를 부른다. 이 외로운 행성의 어딘가에서 또 만나자고" ('파리의 지붕 밑')

    기고자 :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78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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