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김동리 '무녀도', 뮤지컬 애니로 제작"

    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1.06.07 / 문화 A2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평창영화제 개막작 '무녀도' 안재훈 감독
    全 과정 연필 작업 "디지털 의존하면 고유 개성 사라져"

    지하철 명동역에서 남산을 바라보며 구불구불 난 골목길을 걸어 올라갔다. 10여 분쯤 지나니 '연필로 명상하기'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창작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보였다. 그 작업실에서 안재훈(51) 감독은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 '운수 좋은 날'(현진건) '봄봄'(김유정) '소나기'(황순원) 같은 한국 단편소설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일을 해왔다. 최신작인 김동리 원작의 '무녀도'가 오는 17~22일 열리는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영화제 기간에 그의 주요작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특별전도 열린다.

    몽당연필이 든 유리병과 구석에 쌓아 놓은 비디오테이프,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포크 가수 존 바에즈의 노래까지. 그의 작업실은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가득하다. 지금도 그는 연필로 모든 그림을 그린다. 최근 세계 애니메이션은 3D(3차원)를 지향하지만, 아직도 그는 2D 방식을 고수한다.

    그래서일까. 안 감독의 작품들은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화면의 모든 공간을 가득 채우기보다 넉넉하게 여백을 남기는 것도 특징이다. 안 감독은 "손으로 그리지 않고 디지털에만 의존하다 보면 스튜디오의 고유한 질감과 개성이 사라지고 만다. 다소 고생스럽더라도 아날로그 작업을 멈출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무녀도'에서는 무당인 모화와 욱이·낭이 남매 같은 등장인물들이 대사 중간에 노래도 부르는 뮤지컬 방식을 도입했다. 토속적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충돌을 묘사하는데도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심경을 노래로 담아내니, 인물들이 한층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는 충남 천안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무작정 상경했다.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대본소 만화를 그렸고, '배트맨'과 '철인 28호' 같은 미국·일본 애니메이션의 하청 작업도 했다. 그는 "내가 하는 작품이 뭔지도 모르고 그렸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199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7분짜리 단편 데뷔작 '히치콕의 어떤 하루'를 발표했다.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를 만든 것도 그즈음이다.

    2010년대 그는 한국 단편 문학 시리즈로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개막작인 '무녀도' 역시 지난해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에서 '콩트르샹(Contrechamp)'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한국 단편 문학 시리즈에 이어서 지금은 순수 창작물인 '살아오름'과 소설가 구병모 원작의 '아가미'를 작업 중이다. 그는 "저변이 그리 넓지 않은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하다 보면 관객들에게 장문의 연애 편지를 쓰는 심경이 든다. 언젠가는 꼭 답장을 받고 싶다"며 웃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본문자수 : 134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