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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英 '젊은 리더'의 성공과 실패

    정녹용 국제부 차장

    발행일 : 2021.06.07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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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2월 영국 보수당은 39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대표로 선출한다. 캐머런은 57세의 중진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을 두 배 이상 표차로 눌렀다. 당시 보수당은 '불임(不妊) 정당' 위기에 몰렸다. '제3의 길'을 앞세운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에 1997년부터 내리 세 번 총선에서 패해 정권을 내줬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보수당원들은 의원 된 지 갓 4년인 30대에게 당 재건 깃발을 맡겼다. 젊음과 변화에 기대를 걸고 블레어의 상대로 선택한 것이다.

    옥스퍼드 출신의 정통 엘리트 캐머런은 '따뜻한(compassionate) 보수'를 내세웠다. 자유시장을 중시하는 대처주의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분배와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상대 당의 강점을 받아들인 것이다. 보수당 내 대처주의자(신자유주의자)와 '하나의 국민'파(공동체와 복지 강조) 간 오래된 갈등 봉합도 시도했다. 이런 혁신으로 캐머런은 2010년 5월 13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그는 198년 만에 가장 젊은 영국 총리가 됐다.

    13년 만에 정권을 내준 노동당도 2010년 9월 젊은 대표를 선택한다. 막 재선에 성공한 41세의 에드 밀리밴드다. 최연소 노동당 당수였다. '형제의 결투'였던 경선에서 그는 중도파인 형 데이비드를 1.3%포인트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대표가 됐다. 노조의 전폭적 지지 덕분이었다. 유대인 이민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저명 마르크스주의 학자 랠프 밀리밴드다.

    에드는 대표 당선 뒤 "새로운 세대의 일이 시작됐다"며 변화를 외쳤다. 그의 변화는 토니 블레어의 중도 노선을 폐기하고 왼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고소득층 증세 등이 공약이었다. 에드의 노선은 "중간에 있던 노동당을 굳이 좌로 몰아가 구석에 밀어넣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15년 총선에서 캐머런의 보수당에 참패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나이가 아니라 당을 끌고가는 비전의 차이가 두 리더의 성공과 실패를 갈랐다.

    제1 야당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돌풍'이 뜨겁다. 36세 '0선'인 그가 예선을 1등으로 통과하더니 본선에서도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에 활기와 역동성을 불어넣고 있다. '정치판을 갈아치우자'는 국민의 열망이 폭발한 현상이다. 30대 보수 정당 대표가 최초로 탄생한다면 그 자체로도 한국 정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 신선한 바람은 이준석 후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변화와 세대교체의 열망이 불어닥친 자리에 마침 그가 서 있었다. 이 후보가 바람을 실체로 만들려면 혁신을 이끌 비전과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 목소리에 이 후보는 귀 기울여야 한다. 그의 정치적 미래가 캐머런의 길일지, 밀리밴드의 길일지 여기에 달렸다.
    기고자 : 정녹용 국제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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