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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300) 용궁역에서

    조용헌

    발행일 : 2021.06.07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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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기차역을 지나가지만 그중에서 자기가 내리고 타는 역은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 기차를 탈 때마다 그냥 지나친 역에 대한 호기심과 노스텔지어가 있다.

    김천에서 영주까지 가는 경북선을 타고 가다 보면 중간에 용궁역이 있다. 지나가면서 보기에는 사람이 별로 많이 타지 않는 한가한 시골 역이다. 그러나 지나칠 때마다 그 역의 환상적인 이름이 나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곤 하였다. 왜 이름을 용궁으로 지었을까? 토끼가 간을 빼주려고 갔던 용궁인가.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들어갔던 용궁이란 말인가. 아니면 신라 원효가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를 용궁에서 구해왔다는데 그 용궁인가. 아니면 산세가 용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그리 이름을 붙인 것일까?

    마침 예천군에 강연을 갔다가 토박이이기도 한 김학동(59) 군수와 저녁 자리에서 이것부터 물었다. "왜 용궁이라 한 것입니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회룡포(回龍浦), 삼강(三江)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선수 생활 30년을 한 강호동양학자에게는 이 정도의 정보만 입수해도 대강 답이 나온다. 다음 날 비룡산(飛龍山) 장안사 뒤에 있는 회룡포 전망대에 올라가서 보니까 회룡포가 굽이도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내성천이 완벽한 S자 형태로 돌아 나가는 모습이다. 이렇게 완벽하게 S자로 돌아 나가는 강물이 있다니! 감여가(堪輿家)에게서 전해져 오는 핵심 문구가 있다. '地氣專於乙字(지기전어을자)' 땅의 기운은 전적으로 乙자처럼 휘어져 내려오는 데에 있다는 뜻이다. 이는 물의 기운도 마찬가지이다. S자나 乙자처럼 휘어져 내려오는 데에 기운이 뭉쳐 있는 법이다. 직룡(直龍)은 사룡(死龍)이다. 일직선으로 뻣뻣하게 내려오는 용은 죽은 용이다. 맛대가리가 없다. 물이 굽이돌아야만 흘러가면서 윗물과 아랫물이 섞이게 된다. 섞여야 산소 함유량이 풍부해진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 가서 필자가 놀란 사실은 베네치아를 관통하는 대운하의 모양이 S자 형태였다는 점이다. 일부러 이렇게 조성한 것이다. 알긴 알았다. 베네치아 대운하의 굽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거기에서 큰 용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베네치아는 용의 도시였다. 예천 회룡포는 꿈틀거리는 용이 살고 있는 용의 집이었다. 용이 사는 집이니까 용궁(龍宮)이 맞는다. 용은 수운(水運)을 상징하고, 재물을 가져다 주고, '산태극 수태극'을 형성하여 결국에는 인물을 배출한다.
    기고자 : 조용헌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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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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