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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걷힌 세금, 빚 갚아야 하는데… 추경에 쓰겠단 정부

    김정훈 기자 정석우 기자

    발행일 : 2021.06.07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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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대놓고 국가재정법 무시

    예상을 뛰어넘는 추가 세수를 활용해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쓰고 남은 세금으로는 나랏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르면, 정부 결산 후 쓰고 남은 세금은 ①해당 연도에 발행한 국채를 우선 상환 ②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교부금의 정산에 사용 ③공적자금상환기금에 우선 출연하도록 순위까지 정해져 있다. 이런데도 "세금이 더 걷히니 추경을 하는 데 쓰겠다"고 하는 것이다.

    ◇추가 세수 30조 정도로 추산

    올해 세수는 작년 말 올해 예산안을 편성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세금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자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당초 정부 예상보다 세수가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등에서는 정부가 짜놓은 올해 세입 예산 283조원보다 30조원 정도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실제로 1분기(1~3월) 국세 수입은 8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원 많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에서 세금이 더 걷혔기 때문이다. 집값이 상승한 데다 6월부터 시행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 인상을 앞두고 매매를 하면서 양도소득세가 작년보다 3조1000억원 늘었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증권거래세 등도 급증했다.

    그러나 일회성 세수 증대 요인이 많다. 지난해 걷었어야 할 세금이 올해 1분기로 넘어온 액수도 적지 않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소득세 징수가 미뤄지면서 1분기 1조2000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었다. 정유업계 유류세 3개월 납부 유예가 종료되면서 관련 세수도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1분기에 작년보다 더 걷힌 세금은 19조원이 아니라 10조원 남짓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이미 추경 작업에 돌입

    정부는 이미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경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보다 올해 얼마나 세금이 더 들어올지에 대한 추산에 들어갔다. 이달 하순 발표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등에서 추경 규모를 정해서 발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이번 추경은 추가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추가 세수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 국채를 안 찍으니 잘하는 정책이라는 식이다. 여당 일각에선 올해 2차 추경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으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만 15조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경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지난 3월 1차 추경 이후 965조9000억원으로 늘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8.2%로 높아졌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자는 것이 국가재정법인데, 돈 많이 쓰려고 하는 정부를 견제하고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할 국회가 나서서 국가재정법을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재정법 88조 위반 논란도 불거져

    추가 세수 사용과 관련해 국가재정법 90조 위반 논란 외에도 조세 감면 규모 등과 관련된 국가재정법 88조를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말 펴낸 '우리나라 조세지출 관리체계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조세 지출은 56조8000억원으로 작년(53조9000억원)에 비해 2조9000억원(5.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 지출은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자경 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감면, 온실가스 배출권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금을 깎아주거나 면제해주는 것이다. 세제상 특혜를 통해 사실상 보조금을 준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숨은 보조금(hidden subsidies)'이라고도 부른다.

    조세 지출의 무분별한 증가를 막기 위해 국가재정법에는 '국세 감면율 한도'가 규정돼 있지만, 정부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국세 감면율은 '국세 감면액 총액'을 '국세 수입 총액+국세 감면액 총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국세 감면율 법정 한도는 직전 3년 국세 감면율 평균에 0.5%포인트를 더해 계산한다. 2019년과 작년의 국세 감면율은 각각 13.9%, 15.4%로 법정 한도(각각 13.3%, 13.6%)를 초과했다. 법으로 정한 한도보다 정부가 돈을 더 쓴 것이다.

    올해도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조세 지출이 늘어 국세 감면율이 15.9%가 될 것으로 예정처는 추산했다. 역시 법정 한도인 14.5%를 초과한다. 이처럼 국세 감면율이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데도 정부가 조세 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이유는 법정 한도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 88조는 국세 감면율 한도 준수를 "노력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픽] 올해 1분기 국세 수입 세목별로 1년 전보다 얼마나 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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