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등산하다 깜짝… 들개 왜 못잡나

    채제우 기자 이영관 기자

    발행일 : 2021.06.07 / 사회 A10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남양주 살인견 사건 이후 "안전 위협, 잡아달라" 민원 많은데

    6일 오후 4시, 서울 관악구의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불과 600m 떨어진 숲속. 몸길이 1m 정도의 흰색, 황색 들개 두 마리가 철제 포획틀 주변을 서성이다 달아났다. 등산객 신용식(63)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관악산을 찾는데 많게는 3~5마리가 등산로 바로 옆에 비켜서서 사람들을 빤히 쳐다본다"며 "솔직히 불안하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온 한영민(58)씨는 "거의 매일 관악산에 오는데 많을 때는 2~3마리씩 세 무리가 몰려다니는 걸 봤다"고 했다.

    매년 700만명 이상의 등산객들이 방문하는 관악산에는 야생화된 들개 3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관악구청은 추정한다. '위험하다' '개들을 잡아달라'는 민원이 하루에 많게는 20건까지 구청에 접수된다고 한다. 들개들이 관악산 입구에서도 출몰하면서, 관악구청은 산에 포획틀 4개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또 야밤과 새벽에 서울대 학생 기숙사, 교직원 숙소 인근에도 들개가 나타나자 포획틀 6개를 서울대 캠퍼스 안에 따로 설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관악산뿐 아니라 북악산, 인왕산, 백련산 등에도 들개가 서식하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산에 야생화된 들개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있는지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시로 이동하는 데다 워낙 번식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유기동물도 점점 느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작년 전국적으로 구조·보호된 유실·유기 동물은 13만401마리로, 개가 그 중 73%(9만5000마리)를 차지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야외 활동이 잦은 5~8월에는 개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지난달 22일 경기도 남양주 야산에서 들개에게 목덜미를 물린 50대 여성이 과다 출혈로 숨지는 사건이 터지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자체적으로 들개 포획에 나서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다. 관악구청 반려동물팀 관계자는 "포획틀 안에 놓아둔 유인용 먹이는 새·다람쥐 등이 싹 먹어 치우고, 학습 능력이 있는 들개들은 정작 포획틀을 피해 간다"고 했다.

    포획 전문가들이 마취총으로 들개를 잡은 뒤 동물보호기관에 넘기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동물 생명도 사람만큼 소중하다'는 동물권(權)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마취총을 쏘는 건 동물보호 단체들 항의를 감수해야 하고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며 "오히려 들개들 먹이를 챙겨주고 어쩌다 포획틀에 잡힌 개를 풀어주는 사람들도 있어 난처하다"고 했다. 심지어 지난달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뒤 잡힌 들개에 대해서도, 남양주시청에는 "개는 잘못이 없으니 안락사를 시키지 마라" "내가 키우겠다"는 민원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2016년부터 야생동물 포획 전문가를 고용해 마취총으로 들개를 포획했었다. 그런데 2018년 마취총에 맞은 개가 죽는 일이 발생하자 항의 민원이 쏟아져 그 이후 중단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젠 마취총 포획업자를 고용하기도 어렵고 또 하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개를 키우는 견주들의 책임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이모(54)씨는 "들개 자체보다 이들을 유기견으로 만든 개인들이 책임을 져야 하고 사고가 생기면 형사처벌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들개를 포함해 포획된 유기견은 일단 동물보호 관리 시스템에 등록해 10일간 주인을 찾는다는 공고를 내고, 견주가 나타나지 않으면 소유권이 지자체로 넘어가게 된다.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안락사를 진행한다.
    기고자 : 채제우 기자 이영관 기자
    본문자수 : 177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