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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불붙은 원격의료] (3) 한국에선 활용 막힌 기술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발행일 : 2021.06.07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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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개발한 원격 의료기술, 외국인이 사용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당뇨병과 그 후유증으로 생긴 왼발 말초신경염 관리를 받은 권모(68)씨는 요즘엔 병원에 가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 단계로 넘어간 지난해 말 이후 전화로 상담과 처방을 받고 있다. 담당 교수와 5~6분 통화한 다음 약 처방전을 인근 약국에서 팩스로 받아 약을 탄다. 아픈 발을 끌고 번거롭게 병원에 가지 않아서 편하지만, 발 상태를 자세히 보여줄 수 없어 불안하다.

    ◇전화 진료만 1년 새 200만건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국내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 상담·처방 건수가 1년 새 190만건을 넘어섰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뤄진 전화 진료는 총 191만7864건이다. 작년 2월 2만4000여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매달 10만건 이상이 이뤄졌다. 작년 12월 한 달에는 18만여건, 올해도 매달 15만~17만여건 전화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전화 진료는 제한된 정보를 말로만 전달하면서 이뤄지기에 오진 우려가 높고,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원격진료를 제대로 하려면 고화질 컴퓨터 모니터로 환자 영상을 보면서, 건강 지표 데이터 등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되는 환자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안전하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원격진료가 이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원격진료 플랫폼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생략한 채 '원초적인' 전화 원격진료만 200만건 이뤄지는 유명무실한 장면만 펼쳐지고 있다.

    ◇해외 환자 대상 원격진료는 활발

    경기도 일산 명지병원은 지난해 10월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환자 건강과 질병을 종합 관리하는 MJ 버추얼케어센터를 열었다. 전담 의료진이 배치됐고, 독자적인 원격진료 플랫폼도 갖췄다. 이를 통해 미국 애틀랜타 한인회 등 해외 동포들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벌이고 있다. 대상 환자를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인하대병원도 재외 국민 온라인 의료 상담과 자문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지 병원에서 진단받은 의료 기록 자료를 의료진이 분석하고 치료 계획도 제시한다. 보건복지부가 재외 한국인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허가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2019년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원격진료를 하고 있다.

    ◇활용되지 못하는 원격의료 기술

    가톨릭의대와 카이스트대 연구진은 의사와 환자가 영상 통화로 대화를 나누면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원격진료 내용을 문서로 전환하여 전자 의무기록에 저장하는 원격진료 플랫폼 '보이닥(Voidoc)'을 개발했다. 진료 내용이 즉시 전자 차트가 되어 원격진료를 활성화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 세계적으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이 이를 건강검진 환자 대상으로 활용하고 있다. 권순용 은평성모병원 원장은 "외국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이 기술을 정작 우리나라에선 원격진료에 폭넓게 활용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런 기술들도 원격 조작·처방 범위에 해당해 의료기관에서는 쓰지 못한다. 국내서만 원격 조절 장치를 꺼놓는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특허변호사회 구태언 회장은 "우리가 개발한 원격진료 플랫폼이 이런 식으로 사장되면 나중에는 중국이나 일본 원격의료 플랫폼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코로나 이후 전화 의료 상담·처방 건수
    기고자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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