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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타월, 이천쌀 캔… 디자인, 地方으로 가다

    채민기 기자

    발행일 : 2021.06.08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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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아레아식스' 송월타올 매장, 부산 상징 갈매기·해운대 수건

    부산 영도에 올 초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아레아식스(AREA6)에는 조금 특별한 송월타올 매장이 있다. 붉은 간판에 상호를 큼지막하게 강조한 전국 대리점과 달리 이곳엔 소나무[松]와 달[月]을 소재로 디자인한 앙증맞은 간판이 걸렸다. 광안대교·갈매기 같은 부산의 상징이 들어간 수건은 전국에서 여기서만 살 수 있다. 부산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일종의 한정판이다.

    지역색(地域色)이 디자인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의 첨단을 모방해야 세련돼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반작용으로 한때 한국적인 것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제 한국에서도 특정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고유의 색깔이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로컬(local·지방)의 창조적 가능성을 알아본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레아식스는 부산 명물 삼진어묵을 만드는 삼진식품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조성한 곳이다. 삼진식품 본사와 봉래시장이 있는 영도의 골목에 송월타올을 포함한 9개의 작은 매장이 입점해 있다. 삼진식품 비영리법인 삼진이음의 홍순연 이사는 "단순히 매장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점포 개설부터 레시피 개발, 브랜딩 등에서 우리가 가진 경험을 소상공인들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역시 부산이라는 지역성은 중요한 키워드다. '인어아지매'는 사투리를 브랜드 이름에 내세운 건어물 전문점. 'M마켓 편의점'에서는 부산 구석구석을 알리는 '다시, 부산', '비밀 영도' 같은 잡지를 판매한다.

    침대회사 시몬스는 지난해 창사 150주년을 맞아 '하드웨어 스토어'를 운영했다.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침대 대신 소소하면서도 감각적인 굿즈(기념품)를 내세워 크게 화제가 됐는데, 그중엔 복고풍 디자인의 깡통에 담은 쌀도 있다. 겉에 적힌 '메이드 인 이천(Made in Icheon)' 문구는 중의적이다. 내용물이 이천쌀임을 알리는 동시에 시몬스 본사와 공장이 이천에 있음을 유쾌하게 상기시킨다. 코오롱의 패션 브랜드 에피그램은 국내 지방 도시의 특징을 시즌 콘셉트로 잡는 '로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7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경주, 하동, 고창 등을 거쳐 올해 봄·여름은 충북 옥천으로 왔다. 옥천 특산품 복숭아·청포도의 분홍·초록을 시즌 대표 색상으로 정하고, 일러스트레이터 김건주 작가와 협업해 금강 자전거길을 모티브로 한 그래픽 티셔츠 등도 선보였다.

    지방이 주목받는 사이 서울도 '중앙'이 아닌 또 하나의 지역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거대도시 서울 안에서 다시 세분화가 일어나는 게 특징. 이때 로컬은 지방·지역보다 '동네'에 가까운 의미가 된다. 매호 서울의 길[路]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잡지 '히어 아이 앰(Hier I Am)' 창간호가 자하문로를 주제로 최근 나왔고, '동네 사람이 만드는 동네 잡지'를 표방하는 망원동 잡지 '안녕망원'도 크라우드펀딩(인터넷 소액 모금)을 통해 발행 중이다.

    어반플레이는 연남동·연희동 일대를 중심으로 창작자들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공간을 분야별로 조성해오고 있다. '연남장'에선 강연·공연 등 행사가 열리고, 동네 전파사의 상호를 딴 '정음철물'에선 주민들과 건축가, 공간 디자이너들을 연결해 준다. 단독주택이 많아 집을 손볼 일도 많은 동네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는 "창조성은 백화점 같은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생활과 밀착된 장소에서 발휘된다"면서 "로컬(동네)이 창조성의 원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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