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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구찌와 기생충의 만남

    심우찬 패션 칼럼니스트·'벨에포크, 인간이 아름다웠던 시대' 저자

    발행일 : 2021.06.08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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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던 구찌의 두 번째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단독 매장)를 다녀왔다. 그런데 이 브랜드가 선택한 동네가 눈길을 끈다. 이국적인 음식을 파는 식당들과 저렴한 소품을 파는 소매점이 즐비한 곳, 그러나 한 걸음만 물러서면 회장님들이 사는 고급 주택가인 이태원 언덕이다. 이 매장을 위해 이탈리아 구찌의 관계자들은 오래전부터 서울을 방문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서울의 역동성을 잘 나타내는 장소 찾기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몇 년에 걸쳐 서울 시내의 모든 장소와 동네를 뒤진 끝에 자연스레 이태원이란 동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태원은 조선 시대 이래로 한양으로 통하는 교차로였으며 현대에 와서도 다양성과 문화의 용광로 역할을 해왔다.

    건물의 외관에는 누구보다도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총괄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적극 반영됐다. 과거 영화 감독을 꿈꾸기도 했던 미켈레는 봉준호 감독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기생충'을 보고 벅찬 감동을 받은 그는 이 영화의 중요한 장치로 등장하는 모던하면서도 매우 세련된 공간 사용과 커다란 공간을 지배하던 미술 작품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미켈레가 상상했던 서울의 세련되고 미래적인 느낌이 건물에 구현됐다. 구찌 측은 '기생충' 박사장(이선균) 집의 드넓은 거실 벽면을 채운 설치 작품의 주인공 박승모 작가를 섭외했다. 영화 속에선 대형 드로잉으로 보였지만 실제론 반투명 철망을 여러장 겹쳐 만든 '와이어 조각' 작품이다. 현대적 장인정신과 창의력의 결합이었다. 그렇게 박승모 작가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틸와이어를 이용한 구찌의 파사드(정면 외관)가 완성됐다.

    할머니 이불 홑청으로 만든 듯한 색동 무늬의 셔츠라든가, 웬만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야 감히 엄두를 내기 힘든 지극히 한국적인 소품들이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감성과 어우러지니 달리 보였다. 중독성 있는 리듬의 국악을 리믹스한 실내 음악에는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는 아마도 한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겉치레보다 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하다.
    기고자 : 심우찬 패션 칼럼니스트·'벨에포크, 인간이 아름다웠던 시대' 저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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