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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가슴 뛰게했던 영웅, 이젠 하늘에서 뛴다

    송원형 기자

    발행일 : 2021.06.08 / 스포츠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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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운드로 돌아온다"더니… 2002 월드컵 4강 주역 유상철, 췌장암에 50세로 별세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유상철(50)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 투병 중이던 유 감독은 7일 오후 7시 20분쯤 서울아산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같은 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유 감독의 삶은 고통과의 싸움이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왼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투지 하나로 이를 악물고 나머지 눈으로 공을 보며 뛰었다. 투지는 그를 골키퍼 빼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로 만들었다. 건국대 졸업 후 K리그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은 그는 수비수(1994년), 미드필더(1998년), 공격수(2002년)로 K리그 베스트11에 올랐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 멀티플레이어를 중시한 히딩크호에 탑승한 그는 19년 전인 2002년 6월 4일 부산에서 폴란드와 벌인 월드컵 D조 예선 첫 경기에서 시원한 중거리슛 득점으로 2대0 완승에 쐐기를 박았다. 한때 골문을 크게 벗어나는 슛을 날려 '홈런왕'이라고 불렸던 오명을 씻는 동시에 국민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유 감독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울산과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등을 거친 그는 2006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이후 대전, 울산대, 전남 등을 거쳐 2019년 5월 인천 사령탑을 맡았다. 그는 K리그1(1부) 최하위(12위)에 있던 팀을 부임 5개월 만에 10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 또다른 고통이 그를 찾아왔다. 2019년 10월 황달 증세로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가 암 진단 이후에도 팀의 1부 리그 잔류를 위해 비바람을 맞으며 직접 그라운드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며 인천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인천 팬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현역 시절 9년간 뛰었던 울산팬들은 '기적은 항상 당신과 함께할 것'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응원했다. J리그 요코하마의 팬들도 자국 홈경기에서 한글로 '할 수 있다. 유상철형!'이라고 적은 걸개를 들었다. 그해 인천은 최종 10위로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유 감독은 시즌이 끝난 2019년 12월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았고, 인천은 그를 명예감독으로 선임했다. 유 감독도 팬들의 응원에 힘을 냈다.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반복하며 암 세포와 싸웠다. 2020년 6월 13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를 마쳤고, 암 세포가 눈에 띄게 줄어들 정도로 호전됐다.

    하지만 유 감독은 올해 1월 몸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 병원에 갔다가 암 세포가 뇌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유 감독은 이후에도 "이대로 쓰러지지 않는다"며 투병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고, 7일 끝내 눈을 감았다. 유 감독의 별명은 삼국지 주인공 유비다. 유비가 난세를 평정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처럼 유 감독의 삶도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암 세포와 싸우는 과정에서 보여준 투지와 용기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줬다.

    [그래픽] '유비' 유상철, 하늘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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