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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 내려온다… 남산 찍고 강남으로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1.06.08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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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소리 '수궁가' 재해석한 두 공연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서울 남산에 지난 2~6일 범이 내려왔다. 국립창극단이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귀토'(연출 고선웅)는 판소리 수궁가를 현대적으로 비튼 창극. 주인공 토끼가 겪는 팔난(八難·여덟 가지 고난) 중 하나인 호랑이가 무대로 뛰어들어 왔다.

    그 범이 이제 한강을 건너 강남에 뜬다.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11~12일 LG아트센터에 올릴 '수궁가'는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된 "범 내려온다~"를 제대로 들을 기회다. 판소리 다섯 바탕(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춘향가 흥보가) 중 수궁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지구 반대편에서도 흥얼거리게 될 줄 누가 알았던가.

    ◇국립창극단 신작 '귀토'

    제목은 '거북과 토끼'(龜兎)이자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歸土)는 뜻이다. 고선웅은 토끼가 겪는 팔난이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수궁가를 개작했다. 소리(작창 한승석)도 주요 곡조만 살리면서 다시 만들었다. 토끼가 용궁을 탈출해 육지로 돌아온 수궁가의 마지막 장면에서 '귀토'는 시작된다. 험한 산중살이에 부모를 잃고 환멸을 느낀 토자(兎子·토끼의 아들)는 미지의 수궁으로 자원해 들어간다. 하지만 뭍이나 물이나 거기서 거기다. 죽을 고비를 넘긴 토끼는 성숙해져 집으로 돌아온다.

    '귀토'는 판소리를 몰라도 가슴이 뻥 뚫리는 밝은 창극이다. 훅 슬퍼지고 훅 즐거워진다. 자라, 주꾸미, 전기뱀장어 등 동물들의 몸짓도 각양각색 재미있다. 1막에서 "범 내려온다~" 대목은 짧아도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2막에는 호랑이춤이 등장했다. 마당극 형식에 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 익살과 풍자…. 창극은 몹시 연극적이고 놀기 좋은 장르다. 아무리 고달파도 희망의 끄나풀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도 통했다. 객석 반응은 박장대소. "얼씨구" "잘한다" 같은 추임새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날치Χ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이번 무대에서는 올해 초 이날치 밴드가 발표한 싱글 '여보나리'를 비롯해 정규 1집 '수궁가' 전곡을 라이브로 공연한다. 토막이 아닌 보따리 전체를 풀어놓는 셈이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장르에 매이지 않는 '애매모호한 춤'을 추구한다. 힙한 의상과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막춤(?)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며 110분 동안 스텝을 밟을 것이다. 무대미술은 최정화가 맡는다.

    '리듬의 마법사' 장영규가 이끄는 이날치 밴드는 소리꾼 넷, 베이스기타 둘, 드럼 하나라는 전대미문의 편제를 가지고 있다. 돌림노래와 역할 분담을 오가며 판소리를 들려주는데 흥이 절로 샘솟는다. 걸쭉한 탁주 개그도 한 사발 곁들인다. 음량이 커서 10리 밖까지 소리가 들렸다는 조선 후기 명창 이날치(1820 ~1892)는 "범 내려온다~"가 일으킨 천지개벽을 지하에서 즐기고 있으려나. 김보람이 두목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최근 또 일을 냈다. 영국의 세계적인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신곡 비디오에 도깨비처럼 등장한 것이다. 얼씨구절씨구. 얼씨구절씨구.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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