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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옛 한국당의 길 따라가는 민주당

    최승현 정치부 차장

    발행일 : 2021.06.08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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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시대와 불화하며 혁신의 주도권을 상실한 채, 화해와 포용이라는 다양성 사회의 가치를 거부하고 낡은 이념의 경계로 나뉜 진영의 정치를 지속하는 정당."

    2021년 6월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을 이보다 더 명료하게 설명하는 문장이 있을까? 4·7 재·보선에서 무참한 패배를 당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세금 폭탄' 부동산 정책을 고집한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은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지만 말뿐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도 모순을 드러내고 있지만 별다른 반성 없이 직진이다. 검찰에 대해선 정권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언론에 대해선 자신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보도하고 있다는 이유로 단죄와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간다. 상대 진영에 대한 말살 의지까지 느껴지는 극렬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대해선 대통령부터 "의견 표현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옹호한다. 그러니 당내 일각의 우려도 어느새 사라졌다.

    민주당을 규정짓는 것처럼 보이는 위의 문장은 2년여 전 이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대한민국 중심 정당의 혁신적 포용 노선' 보고서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향해 썼던 표현이다. 자신들에 대해선 "양적·질적으로 축적된 수권 역량과 태도에서 나오는 품격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중심 정당"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당에 대해선 주변 정당의 길을 가고 있다며 "이념적 적대감으로 고정 지지층을 동원하고 상대 진영의 혐오를 부추겨 갈등 유발 정치를 한다" "어떤 혁신도 없이 파산한 '박근혜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질적으로는 당시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민주당에 대한 평가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탄핵과 대선·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잔영과 극렬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에 휘둘리며 퇴행적 투쟁에 매몰됐던 '암흑기' 한국당에 대한 평가는 꽤 적확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2020년 총선 참패를 딛고 혁신에 매진한 지금 국민의힘은 크게 달라졌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막말을 하며 국민적 비난을 받았지만 이젠 의원과 지도부들이 수차례 광주를 찾아 사과하며 추모와 진상 규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 대표 시절 당 논평에서 집권 세력을 향한 일상적 비난으로 쓰였던 '좌파 독재'란 표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극우 세력과 선을 그으며 중도와 실용의 길을 가려 한다. 당대표 경선에선 30대 이준석 후보가 약진하며 청년 세대의 불공정 문제에 대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한다.

    그와 반대로 잇단 선거 승리에 취해 오만의 독주를 거듭해온 민주당은 2년 전 자신들이 조롱하던 과거 한국당의 길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 현 집권 세력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내로남불'의 상징 조국 전 장관의 자서전에 상당수 의원들은 '조국기 부대'와 함께 열광한다. 파산한 '조국 정치'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사회현상이 된 상대 당 전당대회의 젊은 돌풍을 두고는 '히틀러' '스킨헤드' '극우 포퓰리즘' 등의 비이성적 표현이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2년 전 한국당에 대한 평가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예언이 돼버린 셈이다. 보고서는 한국당을 향해 "작은 섬에 고립돼 퇴화하거나 멸종하는 갈라파고스 정당의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민주당이 앞날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170여 석 거대 여당의 민생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은 물론이고, 본인들 생존을 위해서라도 집단적 기억상실에서 벗어나 보편적 민심과 소통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고자 : 최승현 정치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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