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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IT계열사에 일감 몰아줘＂ 급식·물류 이어 '中企 나눠주기'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에 SI(시스템통합) 사업 일부를 외부 업체에 넘기도록 하는 '일감 나눠주기' 기준 마련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업계 자율 추진이 원칙"이라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은 지난 2월 물류업, 4월 급식업의 일감 개방 의무화 때처럼 결국은 사업 일부를 외부 업체에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IT 서비스 업체들은 "각 기업의 IT 서비스 역량은 기업의 핵심 공정, 연구·개발 능력과 직결된다"며 "인위적인 일감 나눠주기는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류·급식업에 이어 IT 서비스도 규제

공정위는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를 대상으로 'IT 서비스 일감 개방 자율 준수 기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3·4월에 삼성SDS, LG CNS, SK C&C 등 주요 대기업의 IT 서비스 업체와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발주 기업 의견을 청취했다. 공정위는 이 대기업들에 중소기업과 '상생'을 이번 기준 제정의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계열 IT 서비스 업체를 통해 사실상의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서, 중소 IT 서비스 업체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들은 이번 사안이 대기업 급식이나 물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급식이나 물류의 경우 특별한 노하우보다는 단순 서비스의 성격이 있지만, IT 서비스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SK텔레콤 등 주력 기업의 공정과 연구 과정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이런 규제는 발주 기업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의 경우 원자재나 화학약품 등의 재고 관리 시스템과 공정 소프트웨어가 모두 핵심 영업 기밀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흐름이나 재고량을 파악하면 반도체 기업의 현 상황은 물론 생산 계획까지도 상당 부분 알 수 있다"면서 "오랜 기간 내부 협업을 통해 만들어온 IT 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게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핵심 기밀만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런 움직임이 첨단 테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는 글로벌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IT 업계 고위 임원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앞장서서 이 사업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기업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규제만…"

공정위가 IT 서비스 업종의 일감 외부 나눠주기를 무리하게 추진하더라도, 중소 업체 육성이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중소 IT 서비스 업체들은 대규모 공공 발주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업체 규모가 작은 데다 기술 경쟁력도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공정위가 일감 나눠주기를 의무화할 경우 국내 중소 업체보다는 IBM 같은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들에 일감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일감 외부 나눠주기를 직접 규제하고 처벌하기보다는 대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이 핵심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와 관련된 IT 서비스는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고, 외부에 맡길 부분을 자율적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SI

System Integration(시스템 통합)의 약자로 기업의 다양한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체계를 통합하는 작업을 뜻한다. 최근에는 IT 시스템 설계·구축·운용 전반을 포괄하는 IT서비스로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래픽] 공정위, IT 서비스 일감개방 자율준수 기준 추진 논란 기고자 :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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