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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갖고 대만 온 美의원, 알고보니 '불굴의 여전사'

    정지섭 기자

    발행일 : 2021.06.08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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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기 조종사 출신 태미 더크위스 17년전 이라크전서 두 다리 잃어

    6일 오전 7시 19분 대만 수도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내려앉은 미 공군 수송기에서 의족을 하고 휠체어에 앉은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 의회 상원 대표단으로 동료 2명과 함께 온 태미 더크워스(53·민주) 연방 상원의원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기자회견을 가진 더크워스 의원은 "대만에 미국산 백신 75만회분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감염자·사망자 급증으로 곤경에 처한 대만 정부로서는 천군만마 같은 소식이었다. 군 헬기 조종사 출신인 더크워스 의원은 2004년 이라크 복무 중 상대의 공격으로 격추돼 두 다리를 잃은 참전 용사 출신이다.

    이날 미 상원 대표단을 맞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더크워스 의원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여성이자 참전 용사인 당신이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은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고 했다. 이날 더크워스 의원은 동료들과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사전 예고 없이 대만으로 향했다. 상원 대표단은 앞서 4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후 양국 협력 심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미국이 중국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펼친 '백신 외교 작전'의 전면에 더크워스가 나선 것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를 둔 동양계로 해외 파병 중 입은 중증 장애를 딛고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한 더크워스는 미국 정가에서 '불굴의 여전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육군·해병대에서 복무한 아버지를 포함해 그의 친가는 군 출신들이 수두룩한 무인 집안으로 유명했다. 노던일리노이대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그도 ROTC에 들어가며 군인의 길에 들어섰다. 일리노이주 방위군 소속으로 조종 교육을 성공적으로 수료하며 아시아·여성으로는 최초로 미 육군 헬기 편대장이 된 그는 2004년 이라크에 배치됐다. 그러나 그해 12월 헬기 임무 중 이라크 반군이 쏜 로켓추진수류탄(RPG)에 헬기가 격추돼 두 다리를 절단하고 오른쪽 손도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보훈병원에서 치료받으며 소령으로 진급하고 각종 무공훈장을 받았던 그는 상이군인 권익 향상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2006년 일리노이주 정부 보훈처장을 거쳐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방 보훈부 차관보에 임명됐던 그는 2012년 연방 하원의원, 2016년에는 연방 상원의원이 됐다. 더크워스 의원은 인터뷰 때마다 "두 다리를 잃은 희생이 덧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답변은 똑같았다. "나라를 위해 봉사한 것이 자랑스럽다. 언제든 다시 갈 것이다." 더크워스 의원은 일곱 살과 세 살 두 딸을 둔 엄마다. 2018년 4월 회기 중에 둘째 딸을 낳았을 때는 분만 11일 만에 휠체어에 앉아 갓난아이를 안고 등원했다. 당시 그는 의회 지도부에 요청해 1세 이하의 영아를 의사당 내부에 동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채택되도록 했다.

    더크워스 의원은 한반도 정세에도 관심이 깊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톱다운(상명하달식) 방식으로 진행했던 한반도 정책에 비판적이었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앞둔 2018년 1월 한국을 방문해 직접 판문점을 둘러봤다. 그는 방한 후 가진 미 공영방송 NPR 인터뷰에서 "우리 동맹들과 군 지도부는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고 해서 김정은이 핵 개발을 멈출 것이라는 환상이 없다"고 말했다. 더크워스는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부통령 유력 후보군으로 올라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과 경합을 펼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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