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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10連覇 신화 도전받는 '기록 제조기' 조치훈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발행일 : 2021.06.08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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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년간 철벽 요새를 자랑해온 조치훈(65)의 '기록 창고'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본이 20세기 중반 이후 반세기 넘게 바둑 종주국 역할을 해오는 동안 주연을 맡았던 조치훈의 '신화' 중 일부가 위협받고 있는 것.

    조치훈의 값진 기록 중 하나로 꼽히는 본인방(本因坊) 최장 방어 기록이 대표적이다. 조치훈은 올해 76회째의 일본 최고(最古) 메이저 기전인 본인방전서 1989년부터 98년까지 10년 연속 우승한 바 있다. 10연패(連覇)는 본인방전뿐 아니라 일본 메이저 타이틀 역사를 통틀어 최장 기록이다. '본인방전의 사나이'로 불렸던 다카가와(高川格) 9단도 9연패에 그쳤다.

    한국은 패왕전 16연패(77~93년), 중국은 명인전 13연패(89~01년)가 단일 기전 최장 기록이다. 각각 조훈현, 마샤오춘이 수립했다. 조치훈이 세운 일본 기록은 횟수에선 뒤지지만 시대 배경을 감안한 난도(難度)에서 한·중 기록보다 앞서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조치훈의 본인방전 장기 집권 기록을 위협 중인 기사는 현 일본 최고수인 이야마 유타(井山裕太·32) 9단이다. 지난해 시바노(芝野虎丸)를 4대1로 제압, 본인방 9연패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도전자를 상대로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3국까지 초반 스코어 1대2로 뒤진 상황에서 오는 10, 11일 이틀간 4국을 갖는다. 이야마는 현재 기성(棋聖) 명인 본인방 아함동산배 등 4관왕으로 군림 중이다.

    하지만 통산 부문 중 가장 값진 기록인 총타이틀 수에선 조치훈이 여전히 큰 차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평생 우승한 횟수가 7일 현재 75회에 이른다(2018년 한국 시니어 기전인 대주배 제외). 2002년 이후 20년째 최다 타이틀 1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고인이 된 사카다(坂田榮男) 9단이 64회로 2위이고 그 뒤를 이야마(63회)가 추격 중이다.

    이야마가 조치훈을 언제쯤 따라잡을지는 예측이 어렵지만 갈수록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이야마는 2019년 3개, 2020년에도 5개 기전서 우승했다. 연간 6~8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그 전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꾸준한 페이스다. 이야마는 26일부터 이치리키(一力遼) 기성(碁聖)에 도전, 또 하나의 타이틀 사냥에 나선다.

    조치훈도 멈춰 서 있기만 하는 건 아니다. 비록 2007년 십단전을 끝으로 메이저 우승의 맥이 끊기긴 했지만, 2011년 이후 마스터스배에서 4번 우승을 추가했다. 마스터스배는 일본 7대 메이저 우승을 경험한 50세 이상 베테랑들만 참가해 겨루는 대회다.

    조치훈과 이야마는 시차를 두고 숱한 대기록을 쏟아내 왔다. 기성·명인·본인방 등 일본 3대 타이틀을 동시에 보유하는 '대3관'을 조치훈은 1983년에, 이야마는 2013년에 처음 달성했다. 조치훈의 7대 기전 '그랜드슬램' 기록(87년)에 맞서기라도 하듯 이야마는 2016년 7대 타이틀 동시 제패로 응수했다.

    둘의 연령 간격은 33세로 한 세대 차이가 난다. 이야마가 아직 중천에 머물고 있는 해라면 조치훈은 석양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 왕년의 거인일 뿐이다. 두 기사를 같은 링에 넣고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는 뜻이다. 둘의 맞대결 성적(이야마 7승 5패)도 그냥 참고 자료일 뿐이다.

    하지만 올타임 통산 기록을 통해 대가들의 업적을 비교하는 것은 팬들의 권리이자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야마의 강력한 도전 속에서 조치훈은 언제까지 통산 최다 타이틀, 최다 연패(連覇) 기록을 지켜낼까.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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