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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 꿈꾸던 필리핀 소녀, US오픈 우승컵

    최수현 기자

    발행일 : 2021.06.08 / 스포츠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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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 11개월 17일 유카 사소

    19세 11개월 17일.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달러)에서 역대 두 번째로 10대 챔피언이 탄생했다. 2008년 우승자 박인비(33)와 날짜까지 똑같은 최연소 타이 기록의 주인공은 필리핀의 '천재 소녀' 유카 사소다.

    사소는 7일 샌프란시스코 올림픽 클럽(파71·654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를 렉시 톰프슨(26·미국)에게 1타 뒤진 2위로 출발했다. 2·3번홀 연속 더블보기가 나왔을 땐 우승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5타 차 선두를 달리던 톰프슨이 후반 실수를 연발하면서 기회가 왔다. 톰프슨은 11번홀 더블보기에 이어 14·17·18번홀 보기로 스스로 무너진 반면, 사소는 16·17번홀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최종 합계 4언더파 280타를 친 사소는 이날 3타 줄인 하타오카 나사(22·일본)와 동타를 이뤘다. 사소가 연장 3번째 홀에서 3m 버디 퍼트를 넣어 미국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필리핀 선수가 메이저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초반 실수로 화가 많이 났지만 아직 남은 홀이 많으니 계속 전진했다"며 울먹였다.

    사소의 아버지는 일본인, 어머니는 필리핀인이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단체전 2관왕에 오른 그는 이미 필리핀의 스타다. 지난해 일본 투어 2승을 거뒀다. 일본 남자 골프의 '전설' 오자키 마사시(74) 시설에서 훈련하며 그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번 우승으로 사소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회원이 됐다.

    키 166㎝인 사소는 일본 투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1위(262야드)를 달린다. 이번 대회에선 퍼트도 뛰어났다. 파워 넘치는 스윙은 자신의 우상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를 따라 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12세 때부터 매킬로이 스윙 영상을 매일 밤 자기 전 돌려봤고, 최근에도 생각날 때마다 한 시간씩 푹 빠져 본다고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파워풀한 매킬로이 스윙에 대해 사소는 "모든 것이 다 좋다"고 했다. 백스윙 동작이나 빠른 골반 회전, 피니시 자세 등이 실제로 매우 닮았다. 이를 전해들은 매킬로이는 "으쓱한 기분이 들지만 내 스윙을 스스로 평가하면 단점이 많이 보인다"며 "역사상 최고의 스윙을 가진 타이거 우즈조차 자기 스윙을 조목조목 비판하더라"고 했다. 매킬로이는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훌륭한 경기를 해왔으니 오늘 가서 트로피를 가져오라"며 사소를 응원했다.

    사소는 우승 인터뷰에서 "로리가 트로피를 가져오라고 했고, 내가 해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일본을 무대로 활동해온 사소는 다음 달 도쿄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골프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2018년 아시안게임 때도 사소는 임희정(21), 유해란(20) 등이 나선 한국 대표팀의 개인전 4연패를 저지했고, 한국을 단체전 은메달로 밀어냈다. 필리핀에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줄 거란 기대를 받는다. "아직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매킬로이를 올림픽에서 만나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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