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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15) 軍이 본분 잊고 해이해진다면

    김규나 소설가

    발행일 : 2021.06.09 / 여론/독자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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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내내 기병대에는 특별한 일이 없어 상사의 몽상은 계속해서 멋대로 이어졌다. 마음 한편에서는 공돈이 생기거나 상금이라도 탔으면 하는 바람이 한없이 솟았고 주머니 속으로 굴러들어 올 거액의 금화가 끝없이 어른거렸다. 침대가 있던 그녀의 방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온갖 소원과 욕망이 와그작거리며 떼 지어 몰려들었던 것이다.

    - 후고 폰 호프만슈탈 '기병대 이야기' 중에서


    공군 성폭력 피해 자살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3월 부사관은 고참 중사의 사적 모임에 불려 나갔다가 자동차 뒷자리에서 강제 추행당했다. 그러나 군은 사건 은폐를 위해 협박과 허위 보고로만 일관했다. 부대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직속상관은 '없던 일로 해달라'며 합의까지 종용했다. 이에 정권은 최고 지휘권자에게 책임을 종용, 공군 참모총장이 전격 사임했다.

    오스트리아 작가 호프만슈탈의 단편소설 '기병대 이야기'는 전쟁 중 한가한 일상을 꿈꾸던 안톤 상사의 죽음을 그린다. 본대로 진군하던 기병대는 포로와 전리품을 획득하며 승리를 거듭해간다. 이런저런 전공을 세운 상사는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오래전에 알았던 여자를 보게 된다. 이후 그는 여자와 함께 살아가는 느긋한 인생을, 그녀의 침실을 상상한다.

    한번 풀어진 긴장은 다시 조여지지 않는다. 상사는 새롭게 포획한 말 고삐를 놓으라는 중령을 쏘아본다. 명령을 거부한 상사를 중령이 즉결 처형한다. 겁을 먹은 다른 병사들은 그제야 자신의 소유라 생각했던 전리품들을 내려놓는다. 중령은 비로소 군기가 바짝 잡힌 기병대를 이끌고 적진을 통과, 무사히 전초기지에 도착한다.

    평범한 일상과 개인 소유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통해 전쟁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소설이지만, 군대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전쟁 승리다. 군의 본분을 잊고 사적 이익을 취하거나 성욕을 해소하는 장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일벌백계의 본으로 엄히 처벌할 일이다. 그러나 직접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가 완결되기도 전에 참모총장의 옷부터 서둘러 벗긴 군 최고 통수권자의 결정이 타당했는가엔 의문이 남는다.
    기고자 : 김규나 소설가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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