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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도 급진 좌파가 대선 승리할듯

    뉴욕=정시행 특파원

    발행일 : 2021.06.09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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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노조 출신의 카스티요 유력

    남미 페루의 대통령 선거에서 공직 경험이 없는 급진 좌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접전을 벌인 상대는 1990년대 페루를 철권 통치했던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다. 30년 넘게 이어진 페루의 자유주의 경제 근간이 뒤집힐 것이란 우려 속에 페루 금융시장까지 요동치고 있다.

    페루에선 지난 6일(현지 시각) 우파 민중권력당의 게이코 후지모리(46) 후보와 좌파 자유페루당 소속 페드로 카스티요(51) 후보 간의 대선 결선 투표가 치러졌다. 개표 초반엔 후지모리가 앞섰으나, 지방 빈민가 선거구의 투표함이 열린 7일 오후부터 카스티요가 근소한 차이로 역전했다. 개표 96%가 이뤄진 상태에서 0.53%포인트 차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카스티요 당선 가능성이 생긴 7일 페루 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S&P/BLV 페루 헤네랄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74% 폭락했고, 페루 통화인 솔 가치도 2.5% 급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카스티요가 사회주의를 표방한 급진 좌파로, 실패한 사회주의 국가 베네수엘라를 모델로 한 대대적 국가 개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그는 2017년 전국 교원 노조 파업을 이끌면서 이름을 알렸지만, 정치나 공직 경험은 없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석유·광산업 등 주요 산업 국유화 등 국가 통제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개헌을 공약했다. 코로나로 페루 경제와 의료·교육 등 공공 시스템이 붕괴하다시피 하면서 카스티요의 급진적 주장이 농촌·저학력층 등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었다.

    이렇게 불안감을 주는 좌파 후보가 돌풍을 일으킨 것은 자유시장주의·우파 대표로 나온 후지모리가 '부패' 이미지가 너무 강해 국민들의 견제 심리가 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후지모리는 일본계 페루 이민자 출신으로 1990~2000년 재임한 알베르토 후지모리(83) 전 페루 대통령의 장녀다. 아버지 후지모리는 당시 탈규제와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페루 경제를 일으켰지만, 장기 집권을 위해 부정부패·인권유린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실각해 일본으로 도망쳤다가 붙잡혀 현재 페루 교도소에 수감돼있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부모의 이혼 때문에 아버지 집권 시절 19세 때부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해 인지도가 높은 데다, 아버지 실각 후에도 후지모리 향수를 업고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을 지내며 단숨에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2011년부터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그러나 게이코 역시 정치 자금 돈세탁과 횡령 혐의를 받고 있어, 대선 패배 시 구속 수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코는 개표 막판 역전되자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의를 거부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며 선거 부정 가능성을 주장했다.

    카스티요의 승리가 확정될 경우 중남미에서는 멕시코(2018년 집권)와 아르헨티나(2019년 집권) 등의 뒤를 이어 좌파가 집권하게 된다. 이번 페루 대선은 국민이 부패한 우파냐, 위험한 좌파냐라는 양 극단의 선택지를 두고 차악(次惡)을 고민해야 하는 선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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