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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불끄기·쓰레기 줍기… "일자리 아닌 사실상의 돈 퍼주기"

    곽래건 기자

    발행일 : 2021.06.09 / 종합 A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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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내부평가서도 지적받은 일자리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일자리 예산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정부의 예산이나 각종 기금이 들어가는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 규모는 현 정권이 출범한 2017년 16조79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 3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이후 올해까지 투입된 예산이 약 122조원에 달한다.

    ◇계속 늘어나는 직접 일자리

    여기엔 고용보험 가입자가 원치 않는 실업을 했을 때 주는 실업급여, 직장인이나 실업자가 각종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해주는 '국민내일배움카드'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정부가 직접 고용주가 돼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이른바 '직접 일자리'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가 고용주가 돼야 한다'며 직접 일자리를 계속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2017년 1조6896억원이었던 직접 일자리 사업 예산은 올해 3조1500억원을 기록했고, 대상 인원도 올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보여주기식 정부 일자리 사업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불 켜진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소등 업무를 하는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라텍스 침대 생활방사선(라돈) 검출 측정 요원, '제로페이' 홍보 안내원 등 사실상 무슨 일을 하는지 모호한 일자리를 수십개씩 만들어놓고 수십억원씩 예산을 투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로 마련한 교통 안전 시설물 조사원, 전통시장 환경미화원, 농촌 환경 정비원 등은 업무량에 비해 인원이 너무 많아 대부분 할 일 없이 시간만 때우는 사례도 자주 적발됐다. "1명이 할 일을 10명이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는 사람만 계속해서 참여해 '눈먼돈'을 빼먹는다는 뜻에서 '줍줍(줍고 또 줍는) 일자리'라는 조롱도 나온다.

    올해도 정부의 구인·구직 사이트인 워크넷에 들어가 보면 각종 직접 일자리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다. 하천 정화, 환경 오염 행위 순찰 등을 하는 '환경 감시원'(환경부) 등이다. 지자체들도 산림병해충 예방(춘천시), 농가 일손 돕기(태백시), 해안 쓰레기 수거(강화군 교동면) 등에 대해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일자리 아닌 사실상의 복지 정책"

    부정 수급도 계속 터져나온다. 지난달 정의당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에 대해 허술한 운영 실태를 폭로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가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대포 통장'까지 만드는 사례였다.

    정부는 '공공 일자리가 민간 일자리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란 입장이지만 실제 성과는 초라하다. 지난해 직접 일자리 사업의 지난해 고용 유지율은 37.8%로 2019년(51.3%)보다도 13.5%나 떨어졌다. 고용 유지율이란 직접 일자리 사업 참여자 가운데 민간 부문 취업에 성공해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정부 설명과 달리 대다수의 사업 참여자가 민간 영역으로 취업을 못 하고 공공 일자리에만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직접 일자리 사업이 일자리 사업이 아닌 사실상의 복지 사업이란 점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직접 일자리 사업의 약 80%는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였다. 정부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는 노인들에게 일자리와 함께 복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노인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데, 노인 빈곤율이 높아 일자리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픽] 정부 재정 일자리 예산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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