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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이상적 사회주의 도시'… 서울시립대 전시회 논란

    이세영 기자

    발행일 : 2021.06.10 / 사회 A1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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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립대 박물관, 총장 결재 받고 작년 11월부터 올 10월까지 열어
    "주체사상 통해 민족주의 양식의 거대한 기념비를 세웠다"
    北·김정은 일방적 미화에 비판론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박물관. 정문에 '평양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전시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진으로 보는 북한의 도시'라는 부제를 달고 오는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전시회다. 최근 박물관 내부 누수로 잠시 휴관 중이지만, 코로나 상황에도 이 전시회는 7개월여 진행됐다.

    그런데 전시물 중에 북한 수도 평양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내용이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전시물 설명 중에는 평양을 '이상적인 사회주의 도시'라고 하거나, 평양의 도시 경관을 '스펙터클(Spectacle·굉장한 광경)'이라고 소개하는 대목 등이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시회는 4가지 주제로 나뉘는데, 특히 네 번째 주제 '스펙터클 평양'에서 논란의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약 2m 높이 전시 시설물에는 "한국전쟁 격전지였던 평양은 북한 내 어느 도시보다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평양은 이를 계기로 이상적인 사회주의 도시로 탈바꿈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과 함께 민족 전통주의를 내세우며 한옥의 형태를 모방한 기념비적 건물들이 세워졌다"며 "주체사상을 통해 민족주의 양식의 거대한 기념비를 세우면서 평양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완성된다"고 했다.

    김정은 치적을 포장하는 대목도 나온다. "최첨단화, 대형화와 함께 속도를 강조하는 평양의 모습과 사람들의 일상을 담았다" "김정은 시대에 평양은 속도를 내세우며 공원, 백화점 등 생활 문화 시설과 녹지 확충 위주로 다시 스펙터클하게 재현되고 있다" 등 북한 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듯한 설명이 곳곳에 보였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11월 이 전시회를 시작하면서 약 120년간 평양의 변화를 사진과 지도 등으로 보여주는 기획전이라고 밝혔다. 전시회를 주관한 시립대 박물관은 "2018년부터 평화경제연구소 등 관련 기관에서 자료를 수집해왔다"며 "총장 결재를 받아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전시회에는 학교 예산 9100만원이 들었다.

    시립대 관계자는 "평양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은 대부분 서울시와 통일부의 연구 자료, 대학교수들의 논문, 문학 등에서 나오는 표현을 발췌·인용한 것"이라며 "'스펙터클 평양'이란 표현은 다른 빈곤한 북한 도시들과 비교해 평양의 모습이 쇼윈도식 연극 무대에 가깝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이중적인 의미"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전시회를 관람해보면 자료를 인용한 출처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해 시립대 박물관장을 맡았던 신모 교수는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2018년 정상회담 등 남북 화해를 위한 극적인 순간이 있었다. 북한의 심장과도 같은 평양을 알리는 전시를 마련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본지가 신 교수 입장을 묻자 시립대 관계자는 "신 교수는 관장 임기가 끝났고, 현재 안식년이라 연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전시 기획이나 구성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시립대 4학년 박모씨는 "북한 입장에서 강조하고 싶은 단면만 보여주는 전시회"라고 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일성 회고록, P4G 정상회의 능라도 개막 영상 논란에 이어 서울 시내에서 평양의 이미지를 미화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어 황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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