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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랭킹 204위, 최약체에 5대0… 이기고도 아쉬웠다

    성진혁 기자

    발행일 : 2021.06.10 / 스포츠 A1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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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에 승리,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확정

    김신욱(상하이 선화)은 선제골을 넣고 나서 조용히 우리 벤치 쪽으로 갔다. 'S C YOO'와 등번호 6번이 새겨진 붉은색 유니폼을 받아 들고 동료 선수들과 나란히 섰다. 췌장암 투병 끝에 7일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기리는 의식(儀式)이었다. 유 전 감독의 장례식은 9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축구인장으로 치러졌다. 화장 후엔 충북 충주시의 한 공원 묘지에 안장됐다. 작년 3월 역시 췌장암과 싸우다 세상을 떠난 고인의 어머니가 영면 중인 곳이다.

    한국은 이날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스리랑카와 벌인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6차전을 5대0으로 이기고 최종예선 진출을 결정지었다.

    유 전 감독을 추모한다는 의미가 짙었다. 경기에 앞서 전광판엔 유 전 감독의 모습이 나왔다. 한국 선수들은 오른팔에 검은 밴드를 착용하고 묵념을 했다. 관중석엔 '그대와 함께한 시간들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글귀가 담긴 현수막들이 걸렸다.

    현역 시절 A매치(국가대표팀 경기) 124경기에 출전해 18골을 넣었던 유상철은 유독 6월에 등번호 6번을 달고 국민에게 기쁨을 안긴 적이 많았다. 1998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서 동점골을 넣으며 한국의 유일한 승점 획득에 앞장섰다.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의 후반 헤딩 결승골은 전반에 상대 선수와 부딪혀 코뼈가 골절된 상태에서 뽑아낸 투혼의 결정이었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 D조 폴란드전에선 황선홍의 선제골에 이어 추가골을 뽑으며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A매치 골도 6월이었다. 2004년 6월 5일 대구에서 터키와 벌인 친선경기 2차전에서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어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은 2002 월드컵 때 포르투갈 대표로 출전, 한국과 벌인 조별리그 3차전에 나섰던 인연이 있다. 19년 전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유 전 감독을 기억하는 그는 9일 검은색 리본을 달고 나왔다.

    벤투 감독은 약체 스리랑카를 상대로 지난 5일 투르크메니스탄전(5대0 승리)에 쓰지 않았거나, 교체로 기용했던 선수들 위주로 진용을 짰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이재성(홀슈타인 킬)을 빼고 김신욱(상하이 선화), 황희찬(라이프치히), 송민규(포항)로 공격진을 짰다. 미드필더 남태희(알 사드)만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한국은 2019년 10월 8대0으로 대파했던 스리랑카를 다시 만나 5번 골그물을 흔들었다. 전반에 김신욱이 페널티킥을 포함해 두 골, 이동경(울산 현대)이 한 골 등 3골을 넣었다. 후반엔 황희찬과 정상빈(수원 삼성)이 추가골을 기록했다. 태극문양을 달고 데뷔전을 치른 정상빈은 역대 한국 A매치 최연소 득점 8위(19세 75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플랜 B(대안) 시험'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FIFA 랭킹 39위)은 FIFA 회원 210국 중 204위인 스리랑카의 밀집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고, 패스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 바람에 슈팅 기회 자체가 적었다. 후반 12분엔 스리랑카의 아시쿠르 라후만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유리한 상황을 맞았는데도 기대했던 만큼 골 사냥을 하지 못했다.

    한국으로선 이날 승점 13(4승 1무)을 쌓으며 최종예선 진출을 결정지었다는 것이 소득이었다. 앞선 경기에서 조 2위 레바논은 투르크메니스탄에 2대3으로 역전패하면서 승점 10(3승 1무 1패)에 머물렀다. 한국은 13일 레바논과의 마지막 경기(오후 3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더라도 골득실에서 앞선 조 1위로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진출할 전망이다. 한국의 골득실은 +20, 레바논은 +4다. 설령 한국이 조 2위를 하더라도 다른 조 2위팀들의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최고 승점을 확보했다. 최종예선엔 각 조 1위 8팀과 조 2위 중 성적이 좋은 4팀 등 12팀이 올라간다.

    벤투 감독은 "오늘 승리를 유상철 감독에게 바친다. 승리에 만족한다. 모든 선수들이 진지하게 뛰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황희찬과 김신욱의 공격 조합이 괜찮았고, 정상빈도 앞으로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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