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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청년들에게 '공정한 운동장'을 주려면

    김홍수 논설위원

    발행일 : 2021.06.10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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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정치인 자격 시험'을 거론했다. "2030 청년 직장인 중엔 엑셀(Excel·데이터 처리 프로그램) 못 쓰는 사람이 없다. 우리 당 선출직 공직자라면 그 정도 능력은 갖춰야 한다"고 하면서. 그 말을 듣고 뜨끔했다. '엑셀을 마지막으로 써본 지가 언제던가? 10년 전?' 한 달 전쯤 휴대폰을 삼성 갤럭시폰에서 애플 아이폰으로 바꾸면서 애를 먹었다. 데이터를 옮기고, 앱을 새로 까는데 호환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IT기술에 밝은 후배의 손을 빌렸다. 내가 몇 시간 끙끙 앓던 문제를 후배는 순식간에 해결했다. 필자의 연봉은 후배의 2배를 훨씬 웃돈다. 회사가 엑셀과 스마트폰 다루는 능력을 보고 연봉을 책정하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런 분야 업무 생산성은 후배의 10%도 안 될 성싶다.

    하지만 어느 분야 어떤 직장을 막론하고 필자 같은 586 꼰대 세대가 조직 내 기득권자로 자리 잡고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30년 이상 근속 근로자 임금은 1년 미만 근속자의 4.4배에 달한다. 노조가 센 유럽 평균치(1.6배)는 물론이고 호봉제 원조 국가인 일본(2.4)보다도 훨씬 높다. 반면 우리나라 50대 근로자의 생산성은 2030 직장인의 60%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현재의 세대 간 임금 격차는 '공정'과 거리가 멀다.

    정치 지형에서 세대 간 권력 격차는 더 심각하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5060세대는 과다(過多) 대표 되고 있는 반면 2030세대는 심하게 과소(過少) 대표 되고 있다. 2030세대의 유권자 비중은 34%에 이르는데, 2030세대 국회의원은 13명(4.4%)밖에 안 된다. 반면 50대의 유권자 비중은 28%인데, 의원 비중은 59%에 이른다. 60대를 포함한 5060 의원 비중은 무려 83%에 달한다.

    5060세대로 가득 찬 국회는 세상 변화를 못 따라간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호봉제를 없애는 임금 체계 개혁을 해야 하는데 국회는 거꾸로 간다. 해고자에게도 노조원 자격을 부여하는 법을 만들고, 기득권 집단의 반발이 무서워 차량 공유, 공유 숙박, 원격의료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서비스를 금지시킨다.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의 절반은 규제 탓에 한국에선 사업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586세대는 능력 대비 과도한 보상을 누렸다.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준 산업화 토양 덕분에 취업도 쉽게 하고, 내 집 마련도 어렵지 않게 했다. 1980년대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한 공로가 있지만, 보상은 이미 다 받았다. 이제 단군 이래 최고 역량을 지녔다는 2030세대에 자리와 기회를 양보해야 한다. 586세대의 남은 과제는 청년들이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게 장애물을 치워주는 것이다.

    각자 몸담은 직장에서 호봉제부터 수술하자. '정년 연장'과 '직무급 도입'을 맞바꾸는 단체 협약은 어떤가. 정치권에선 청년층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파격적인 해법을 찾아보자. 서울에서 주로 걷는 종합부동산세 세수를 전국의 청년 주택 건설에 사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꿔 20대 남성의 기회 불평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도입해 청년 의원을 대폭 늘리자. '마이너스 소득세'든 '안심소득'이든 소득 안전망을 강화하면서 고용·해고 유연성을 높이는 노사정 빅딜을 시도해보자. 국민연금, 건강보험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선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자. 586세대가 이 정도 숙제는 해놓고 가야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고자 : 김홍수 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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