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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올드타운' 오명 日신도시, 재건축으로 젊은 신도시 탈바꿈

    차학봉 기자

    발행일 : 2021.06.10 / 여론/독자 A2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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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신도시 재생 전략

    1960년대에 개발된 일본 오사카 교외 센리(千里) 뉴타운. 전철로 20분이면 도심으로 연결되는 편리한 교통 여건으로 분양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3만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2010년 8만9000여명까지 줄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뜻하는 고령화율은 30%까지 치솟았다. 1960~70년대 입주했던 젊은 주민들이 70~80대가 되면서 고령자들이 주로 산다는 의미의 '올드타운'으로 불렸다. 슬럼화 위기에 처했던 센리 뉴타운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다. 전체 4만8000가구 중 1만 가구의 저층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되돌아오는 젊은 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슬럼화냐 재건축이냐 고민한 정부

    센리 뉴타운의 전철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브릴리아시티 센리쓰쿠모다이'. 작년 1월에 입주한 11층 202가구의 초현대식 아파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곳곳에 누수가 발생하고 외벽이 떨어져 나가던 노후 아파트였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80대 노인들이 비틀거리며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재건축 추진 초기에 주민들이 "이 나이에 무슨 새 아파트냐" "공사비를 어떻게 조달하겠느냐"며 반대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았다. 분양 가구 수를 늘려 건축비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재건축, 주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늘어난 100여 가구의 일반분양 아파트에는 젊은 세대가 대거 입주, 지금은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센리 뉴타운은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10년 사이에 인구가 1만명 정도 늘어났다. 재건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인근 신도시 '센보쿠 뉴타운'은 한때 16만4000명이었던 인구가 지난해 11만8000명으로 줄었고 고령화율은 36.2%까지 치솟았다.

    ◇고스트타운이라던 다마 뉴타운의 부활

    도쿄 인근의 다마(多摩) 뉴타운은 80년대에 '꿈의 신도시'로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올드타운, 고스트타운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15평 안팎의 좁은 평면 구조,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 고령화로 인한 젊은 층의 감소…. 젊은 부부들이 줄면서 산부인과, 소아과, 초등학교, 유치원, 상점이 문을 닫고 '소아과 난민' '쇼핑 난민'이란 단어까지 유행했다. 주변 점포 폐쇄로 생필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고령자를 위한 '이동 점포' 트럭까지 등장했다.

    다마 뉴타운도 재건축을 통해 젊은 층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1971년 입주한 '스와2' 주택단지는 5층 640가구의 낡은 분양아파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재건축을 통해 14층 1249가구의 '브릴리아 다마 뉴타운'으로 거듭났다. 늘어난 가구를 일반 분양해서 얻은 수익금으로 재건축 비용을 조달했다. 재건축 전에는 60~80대 인구가 많았지만, 신규 분양한 아파트에는 30~40대가 대거 입주, 어린이들도 크게 늘었다.

    1980년대 말부터 일부 주민이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도쿄도가 '다마 뉴타운 집합주택 재건축에 관한 지침'을 제정,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재건축 지침에는 젊은 세대 유치, 시대 변화에 맞는 주민 편의시설 설치, 상업시설 재배치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인근 80가구의 마쓰가야 단지도 12동 239가구로 재건축됐다. 공공임대주택도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다른 학교에 통폐합돼 비어 있던 니시나가야마 중학교 자리에는 새로운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 노후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니시나가야마 중학교에 들어서는 임대아파트로 이사하는 방식의 순환 재건축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도심도 노후화 방치하면 고령화율 50%

    일본에서 리모델링도, 재건축도 하지 않는 주택단지들은 급속도로 고령화한다. 1972년에 완공된 도쿄 이다바시구 다카시마다이라(高島平) 단지 아파트는 임대 8287가구, 분양 1883가구로 전체 1만 가구가 넘는 도심 속 신도시이다. 한때 4만명이 살았으나 현재 1만5000명 정도로 줄었고 고령화율이 50%에 육박한다. 노후 단지에 젊은 층은 유출되고 기존에 살던 고령자들만 계속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급행열차로 한 시간 거리의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 뉴타운은 1995년 1만8000명이던 인구가 현재 7000명대로 줄었고 고령화율이 52.25%에 달한다. 사이타마현의 소멸 가능 뉴타운 1위로 꼽혔다. 오하시 준이치(大橋純一) 유통경제대학 교수 등의 논문에 따르면 고령화율이 높은 신도시의 특징으로 ▲단기간 개발돼 비슷한 연령대가 한꺼번에 입주했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대한 유인이 적어 노후화가 방치되고 ▲행정기관이 재건축 등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령화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10년 이상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개발, 입주 세대 연령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상업과 산업시설을 함께 배치해야 하는데,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비해서 개발 유보지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지바 뉴타운의 경우, 부동산 버블 붕괴로 건설이 취소됐던 주택 부지에 데이터 센터를 유치해 '직주근접형 신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셋째, 건물 노후화 진행에 맞춰 적절한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필수적이다. 시대 변화에 따른 기반시설 공급 수단으로 재건축을 활용해야 한다. 일본의 신도시들은 재건축을 통해 노인 복지시설, 어린이집 등 부족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그래픽] 도쿄 다마 뉴타운 위치도 / 다마 뉴타운 스와단지 재건축 전후 주민 연령대 변화

    [그래픽] 오사카 센리 뉴타운 위치도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입주 30년… 노후화냐 리모델링이냐

    "신도시 계속 짓는 것보다 기존 도시 재정비가 효과적"

    1980년대 말 집값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가 입주 30년을 맞는다. 1989년 시작한 공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돼 1991년 9월 분당에서 첫 입주가 시작됐다. 5개 신도시는 1996년 모두 완공됐다. 2026년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28만 가구가 준공 30년을 넘는 등 노후화가 본격화한다.

    이미 주차 공간 부족, 상하수도관 부식, 편의시설 불균형 등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신도시 주변에 2, 3기 신도시가 대량 건설돼 앞으로 인구 유출과 고령화, 상업시설 쇠퇴 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주민들도 움직이고 있다. 분당의 매화마을, 무지개마을, 정자동 한솔마을, 산본 우륵아파트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역세권 일부 단지들은 재건축 추진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했다.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전 진단을 거쳐야 하는데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절차가 간단한 리모델링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의 신도시들은 바닥 면적 대비 건물 전체 면적 비율인 용적률이 50% 전후여서 기존 가구 수의 2배 이상 세대수를 늘려 재건축, 건축비를 조달하고 있다. 반면 1기 신도시는 용적률이 169~226%로 높아 가구 수를 늘려 건축비를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경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노후 신도시 재생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은 정부가 신도시의 기업 유치, 광역 교통망 조성을 지원하도록 하고 건축 규제 완화 등 특례 제도를 도입해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 전 의원은 "일률적으로 리모델링을 하기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무한정 신도시를 새로 짓기보다는 기존 1기 신도시의 재정비를 통해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픽] 한국 1기 신도시

    기고자 : 차학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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