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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이용한 통화정책… 전체 유동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 어려워

전반적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합니다.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은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하죠. 반면 경기는 침체하는데 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 침체 시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을 리플레이션(reflation)이라고 합니다.

다들 한번씩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다양한 용어가 쏟아질 만큼 물가 상승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소비자의 공통된 관심사니까요.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근 논란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의 원인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명쾌한 것은 밀턴 프리드먼의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라는 주장입니다. 상품 가격은 화폐로 표시되므로, 시장에 풀린 화폐량(통화량·유동성)이 많아지면 가격이 오른다는 단순 논리입니다. 1970~80년대엔 실제로 이 논리를 따라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 관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통화량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나라는 중국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 국가가 금리를 이용해 물가를 관리합니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논리엔 이상이 없지만, 통화량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겠습니다. 금융 산업의 발달로 다양한 금융기관과 금융 상품이 등장하면서 기존 통화 지표만으로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한국은 은행 외에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증권사, 카드사,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등장했고, 금융 상품 역시 은행 예금 외에 각종 예수·예탁금, CMA, MMF, ETF 등 채권과 주식, 펀드가 복잡하게 얽힌 상품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각종 '페이'와 가상화폐 등 새로운 결제 수단도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통화(유동성)의 범위가 다양해지고 넓어지다 보니, 이들의 규모와 변동 내역을 파악하는 일부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만큼 정책 대응이 늦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커졌죠. 이 금융 자산을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통화 지표와 물가의 관계가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앙은행들은 통화량이 아닌 금리를 주요 정책 운용 수단으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금리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면서도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사태 때문에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로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식을 넘어, 민간 채권 직매입 등으로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중입니다. 이 때문에 전체 유동성의 움직임을 파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당연히 인플레이션의 강도에 대한 이견도 더 커졌습니다. 한편에선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이 충분해 물가를 크게 움직일 정도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선 유동성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물가가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그 결과는 현대 경제학의 방향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기고자 : 성상경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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