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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호국 후회의 달

    강다은 사회부 기자

    발행일 : 2021.06.11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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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김해나(19)씨가 대전현충원 어느 묘비 앞에서 거수경례를 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아버지 김태석 해군 원사의 묘였다. 11년째 찾는 곳이지만, 올해 해나씨는 제복 차림이었다. "아버지 뒤를 이어 해군 간부의 길을 걷겠다"며 올 초 한 대학 군사안보학과에 입학했다. 지난 4월 해군 예비장교후보생 1차 필기 시험에도 합격했다. 후보생 시험에 최종 합격하면 대학 졸업 후 해군 장교가 된다.

    아버지를 바다에서 잃은 해나씨가 바다를 지키겠다고 나선 건 아버지의 전우였던 해군 장병들의 격려 때문이었다. 그들은 늘 "해군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해나씨는 "군인 삼촌 중에 제가 군인되겠다는 것을 말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 애국심이 멋있게 느껴져 자연스럽게 해군을 선망하게 됐다"고 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 16명은 지난 6일 서울현충원을 방문했다. 국가 유공자 자격으로 초대받은 게 아니었다. 사건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생존 장병들의 유공자 지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였다. 천안함 생존 예비역 34명 가운데 21명은 여전히 국가 유공자가 아니다. 한 생존 장병은 "군인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마세요. 저희처럼 버림받습니다"라고까지 했다.

    이들은 현충일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었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난 천안함 폭침 원인을 재조사하자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철회했다. 좌초설, 자작극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데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란 자명한 사실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낸 인사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에게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켰다"는 막말까지 했다.

    해나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9년, 천안함 폭침 당시 기사를 모두 검색해 읽었다고 한다. 아버지를 잃은 뒤 일부러 보지 않으려 애썼던 것들이었다. 천안함 행사가 있는 매년 3월이면 '천안함이 어떻게 침몰이야, 좌초지'라는 얘기를 번번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라를 사랑한 아버지라도 이런 상황을 보시면 '이러려고 출동했나' 땅을 치고 후회하실 것"이라며 "음모론을 말하는 이들에게 '천안함을 바르게 기억해달라'고 말하려면 나부터 모든 걸 빠짐없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나라를 지킨 이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6월을 호국 보훈의 달로 지정했다. 하지만 천안함 생존 장병, 전사자 유가족들에게 지금의 6월은 '후회의 달'일 뿐이다. '이러려고 군인이 됐나' '이러려고 내 아버지를 바다로 보냈나' 하는 후회 말이다.
    기고자 : 강다은 사회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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