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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이 노래, 일기장 같네

    이대화 대중음악 평론가

    발행일 : 2021.06.11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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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초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로 빌보드 1위를 달성했을 때만 해도 삼각관계 루머에 의한 인터넷 바이럴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규 앨범 '사워(SOUR)' 이후로는 세대론까지 언급되는 분위기다. 단순한 차트 1위를 넘어 시대의 대변자 위치에 올랐다.

    그녀의 음악이 인기 있는 이유로 여러 매체와 비평가들이 '일기장 같다'는 매력을 든다. NBC 뉴스는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어떻게 Z세대를 사로잡았는지 분석하는 기사에서 "일기장 한 페이지를 찢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꾸미지 않은 속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 엄청나게 공감된다는 뜻이다.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이게 지금 미국의 Z세대를 열광시키고 있다.

    '일기장 같다'는 건 진지한 작품을 하는 사람들에겐 때로 모욕적 언사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작품으로서 형식미나 예술적 표현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내 마음을 전달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도 어떤 글을 썼을 때 "이런 건 일기장에나 쓰세요" 같은 반응을 받은 적이 있다. 수많은 사람이 보는 공적인 매체에 너무 사견만 가득한 글이 실리는 게 싫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일기장을 쓰는 마음이야말로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아닐까.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주시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려 노력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일기장은 어차피 나만 볼 것이기 때문에 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표현을 굳이 예술적으로 다듬을 필요도 없다. 마음의 해소에 가까울 정도로 직설적으로 쏟아내도 된다. 그게 일기장의 장점이다.

    그런데 그렇게 깊은 속내를 얘기했을 때 오히려 공감은 증대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생각지 못한 디테일까지 공감될 때 반응을 넘어 감탄을 한다.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런 디테일이 날아가버린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그런 대담함을 갖춘 덕분에 현상에 가까운 공감을 이끌어냈다. 우리가 '일기장 같다'는 표현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이유다. 때로는 백번 고른 표현보다 있는 그대로를 시원하게 얘기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기고자 : 이대화 대중음악 평론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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