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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린의 로컬리즘] 지방대 위기 극복 '원도심 캠퍼스타운' 조성에 해법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저자

    발행일 : 2021.06.11 / 여론/독자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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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돈이 문제일까? 정원 미달 사태에 처한 지방대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항상 재정 지원 확대로 귀결된다. 하나 추가된다면 수도권 대학 규제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감축해 지방대 진학자를 늘리자는 주장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해법이다. 1995년 지방자치를 시작한 후 반복되는 재분배와 보호 중심의 지역 발전 메뉴다.

    하지만 정작 재정 지원과 보호가 지방과 지방 대학을 살렸다는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오히려 상황은 매년 악화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5년에 42.8%였던 수도권 인구 비율은 2020년 50.1%로 증가했다. 지방 대학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거점 국립대학을 포함한 비수도권 지방 대학의 다수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스스로 문화 창출하는 커뮤니티가 먼저

    그렇다면 왜 '지원'과 '보호' 같은 물리적 수단이 작동하지 않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리가 물질보다는 문화의 힘으로 움직이는 탈물질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가 전통 시장이다. 정부가 중기부 사업으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총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전통 시장에 지원했으나, 전통 시장 매출액은 오히려 5조원 줄었다. 전통 시장이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개성, 다양성, 감성, 디자인, 공간 등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조적 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것은 물리적 지원과 보호가 아닌 스스로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지방 대학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원인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가장 열악한 콘텐츠 영역이 캠퍼스다. 일부 국립대를 제외한 소도시 지방 대학 대부분은 도심이 아닌 산속이나 벌판에 있다. 캠퍼스와 주변 지역에 대학 문화와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어려운 곳이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많은 지방대 학생이 주말이면 활력 없는 캠퍼스에 머물지 않고 대도시로 떠난다.

    이에 비해 도심에 위치한 대학은 상업 시설뿐만 아니라 주거와 업무 시설을 제공하는 직주락(職住樂) 근접 캠퍼스타운을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 특히, 모교 근처에서 거주하고 일하며 창업하는 졸업생들이 캠퍼스타운의 주축이다. 주거-놀이-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속에서 서울 서교동, 성수동과 같은 캠퍼스타운이 청년들이 일하고 살고 싶어 하는 창조 도시로 부상했다.

    자생적인 발전을 원하는 지방 대학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직주락 근접을 통한 창조적 캠퍼스타운을 건설해야 한다. 캠퍼스타운을 조성하기 어려운 위치의 대학은 캠퍼스를 원도심으로 이전하는 것이 대안이다. 한 지역에서 다수의 대학이 이전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이를 원도심에 도시와 대학의 문화 자원을 결합한 창조 도시를 건설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원도심 이전이 지역과 지역 대학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원도심 살린 美 시러큐스대 캠퍼스타운

    캠퍼스 이전의 현실성을 논하기 앞서 그 대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캠퍼스 이전의 대안은 대학 폐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전자가 후자보다 더 높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까? 소도시에서 대학이 사라지면 소도시가 경제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 소도시 공동체 파괴는 실업, 빈곤, 질병, 범죄 같은 해당 소도시의 내부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연쇄 반응처럼 수도권 역시 삶의 질 저하를 피할 수 없고, 복지 예산 수요가 늘어나는 등 불균형 발전에 따른 국가 전체의 비용이 발생한다.

    캠퍼스 전체를 일시에 옮기기 어렵다면 기숙사를 먼저 이전할 것을 제안한다. 여러 대학이 이전한다면 도시마다 존재하는 원도심 지역에 공동 기숙사를 조성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원도심 공동 기숙사는 현재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도시 재생 정책의 어떤 사업보다도 더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창조 인재를 배출하는 미술과 디자인 대학도 우선적으로 이전할 대상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가 창조 문화 지역으로 성장한 데에는 홍익대 미대의 역할이 컸다.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대학은 2005년 캠퍼스타운 활성화를 위해 디자인 대학을 원도심으로 이전했다. 그 후 10년 동안 디자인 대학을 중심으로 55개에 이르는 원도심 건물을 재생했다.

    '원도심 캠퍼스', 유휴 건물 활용도 대안

    원도심 공동 캠퍼스의 비용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원격 교육이 활성화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캠퍼스는 대규모 오프라인 시설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숙사도 반드시 독립 단지로 조성할 필요는 없다. 원도심의 유휴 공간이나 공실이 많은 건물을 활용하면 된다.

    도시적 해법의 디테일은 지역사회가 더 지혜를 모아야 할 주제다.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대학과 도시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한광야 동국대 교수가 저서 '대학과 도시'(2017)에서 강조하듯이, 대학과 도시의 역사는 공진화의 역사다. 창조 도시의 중심에도 대학이 존재한다. 대학, 상권, 산업이 근거리에서 상호작용하는 도시, 즉 창조적 캠퍼스타운이 창조 인재와 창조 산업을 유치하는 도시가 바로 창조 도시다. 지방 대학 문제 해결에 도시적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다.
    기고자 : 모종린 연세대 교수·'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저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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