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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재일교포 도와 소송 주도한 야마다 前 오사카경제대 교수…
30년간 탈북민 인권 위해 힘써

오는 10월 14일 일본 도쿄에선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5억엔(약 52억원)을 요구하는 재판이 처음으로 열린다. 원고는 1960~1970년대 '북한은 지상 낙원'이라는 허위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건너갔다 탈출한 재일교포 5명이다. 이른바 북송(北送) 사업 피해자들이다. 북 정권을 일본 재판정에 불러내기까지 30년 가까이 북송 사업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일본인이 있다. 야마다 후미아키(山田文明·73) 전 오사카경제대 교수다. 그는 '북한 귀국자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 대표를 거쳐 지금은 이사직을 맡고 있다. 지난 28일 오사카에서 만난 야마다 교수는 "북송 사업이란 결국 북한 정권이 자행한 유괴 범죄였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꼭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1947년 시가현 출신인 야마다 교수는 사실 한반도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그런데도 반평생 북송 사업 피해자들을 도운 이유를 묻자 그는 "한때 나도 북한에 속았던 순진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회주의에 빠져있던 10~20대 학창 시절, 그는 북한이 새로운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북한이 점점 김일성 찬양 일변도로 흐르고, 아웅산 묘역 폭탄 테러 사건과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등을 겪으며 북한의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동시에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교포를 떠올렸다. "제가 만약 재일교포였다면 저는 바로 북한으로 갔을 겁니다. 그때 북한으로 간 재일교포들이 어릴 때의 저처럼 북한에 속았던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1994년 '북한 귀국자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에 가입해 북한에 가족을 보낸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다. 풍족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북의 가족들에게 일제 세이코 시계와 쌈짓돈을 보내려고 고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을 돕다 보니 1999년엔 재일교포 탈북민들로부터 "북한에 남은 가족의 탈북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으로 직접 가 북송 사업 피해자들 자녀를 일본으로 빼오는 일을 도왔다. 그러다 2003년 중국 공안 당국에 붙잡혀 상하이 정치범 수용 시설에 2주 넘게 갇히기도 했다. 2006년엔 북한이 직접 야마다 교수를 '기획 탈북 범죄자'라며 체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나 북한의 위협이 무서웠던 적은 없다"면서도 "그 뒤로 중국은 못 갔다"고 했다. 대신 일본에서 탈북민들 취업을 알선하며 생활 안정을 도왔다. 아내가 운영하는 개인 병원에도 현재 탈북민 3명이 고용돼 있다.

야마다 교수는 북 정권을 상대로 한 이번 재판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1960년 북한에 건너갔다가 43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교포 탈북자 가와사키 에이코(79)씨로부터 "법적 책임을 묻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직접 비슷한 처지의 피해 탈북민 4명을 모아 원고단을 꾸렸다. 과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상대로 한 소송이 공소시효 만료로 기각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북 정권에 책임을 묻는 전략을 세웠다. 북 정권이 재일교포의 귀국을 금지한 것까지 '유괴 범죄'로 인정받는다면 공소시효도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재판의 목적은 단순한 손해배상이 아니다. 북한과 일본의 '책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북송 사업 피해자에게는 늘 '본인들이 좋아서 갔다'는 자기 책임론이 따라다니지만, 북송 사업을 선전하고 도운 모든 사람에게는 적어도 도의적 책임이 있습니다. 이번 재판으로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를 다시 알리고, 책임 있는 사람들의 반성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기고자 : 오사카=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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