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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둑'은 '일은 하지 않고 먹기만 하는 사람'이나 '입맛을 돋우어 밥을 많이 먹게 하는 반찬'을 이르는 말이다. 밥도둑은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눈총을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밥을 먹지 않아서 걱정이다. 집밥보다 식당 음식을 좋아하고, '맛 좋고(good), 깨끗하고(clean), 공정한(fair)' 식재료로 조리하는 '슬로푸드(slow food)'보다 가공된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다. 이러한 식문화 변화는 쌀과 천일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입맛을 돋우는 밥도둑으로는 '젓갈'이 으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빵에 '안초비'를 올려서 먹는다. 우리 밥도둑과 같은 역할을 하니 '빵도둑'이다. 전라북도 부안에는 이 밥도둑으로 상차림을 하는 '젓갈백반'〈사진〉이 있다. 곰소항 근처 한 식당에서 밥상을 받아 보니, '토하젓, 갈치속젓, 청어알젓, 바지락젓, 비빔낙지젓, 명란젓, 창란젓, 낙지젓, 가리맛젓, 꼴뚜기젓, 오징어젓, 어리굴젓, 새우젓, 밴댕이젓' 등 그 수가 두 손가락으로 꼽기 힘들다. 민물새우 토하젓과 러시아산 명태 알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해에서 나는 것이다.

갯벌이 발달한 서해는 어패류가 풍성하다. 더구나 곰소는 일찍부터 소금밭을 일군 곳이다. 곰소항은 부안 땅과 산과 바다에서 나는 물산이 모이고 나가는 포구였다. 점토질 갯벌이 발달하고 조석간만 차가 커서 조선시대부터 소금을 많이 생산했다. 일제강점기에 웅연도라는 섬에 제방을 쌓아 염전을 만들었다. 이때 만든 염전 중 지금까지 3대에 걸쳐 소금밭을 일구는 곳이 곰소염전이다. 곰소만에서 얻은 어패류에 그곳 갯벌이 내준 천일염이 만나 곰삭은 것이 곰소젓갈이다.

젓갈은 김장을 하거나 국을 끓이거나 겉절이를 할 때 맛을 더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밥과 젓갈은 멀리해도 빵과 안초비는 즐겨 찾는다. 젓갈은 목포, 신안, 영광, 강경, 광천, 소래, 김포, 강화, 인천 등 서해 여러 포구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지역들 중 오롯이 젓갈백반으로만 상을 차리는 곳은 부안 곰소가 유일한 듯하다. 기고자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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