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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장애 미국의 마스터스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조정, 바이애슬론 합해 금3·은3·동3 23

옥사나 마스터스(32·미국)는 '어떤 스포츠를 제일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답하기는 싫어한다. 자식이 많은 사람에게 '어느 아이를 가장 아끼는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스터스는 그만큼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쌓았고, 똑같은 애착을 갖고 있다.

도쿄 패럴림픽에선 사이클 금메달을 땄다. 31일 열린 여자 H4-5등급(핸드사이클) 도로 독주(타임 트라이얼)를 45분40초05 만에 주파했다. 2위인 중국의 순 비안비안(47분26초53)보다 1분46초48 빨랐다.

이날 레이스는 시즈오카현 후지 국제스피드웨이의 8km 구간을 세 번(24km) 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2명이 1분씩 시차를 두고 출발했다. 마스터스는 우승 후 "참가 선수들이 너무 강해 3등을 노리고 열심히 했다. 1등은 어림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믿을 수 없다"며 기뻐했다.

마스터스는 이날 승리로 하계와 동계 패럴림픽 네 종목에서 입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사이클에 앞서 조정(2012 런던·혼성 더블스컬 동), 크로스컨트리 스키(2014 소치·2018 평창, 합계 금 2·은 1·동 2), 바이애슬론(2018 평창 은 2)에서 메달을 걸었다.

마스터스의 인생 역정은 고난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양다리의 무릎 아래가 뒤틀려 있었고, 길이도 달랐다. 양쪽 발가락은 6개였고, 콩팥은 하나 뿐이었다. 생모(生母)는 1986년 방사능 누출 참사가 일어났던 우크라니아(당시 소련) 체르노빌에서 300여km 떨어진 곳에서 1989년 마스터스를 낳았다. 방사능에 오염된 공기나 물, 식품 등이 기형아 출산의 원인일 수 있다고 추측만 할 뿐이다.

마스터스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살았다. 5세 때 미국 여성에게 입양되는 듯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금지 정책으로 2년이 지나고 나서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뉴욕주 버펄로 대학 교수이면서 미혼이었던 양모의 성(姓)을 받았다. 마스터스는 성인이 되고 나서 "5세부터 (입양되기 전인) 7세까지 보육원에서 밤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 보육원이 아동 성매매로 돈벌이를 했다는 것이었다.

신체적인 학대도 자주 일어났다. 마스터스는 배가 고파 보육원 부엌에서 음식을 훔쳐 먹기도 했는데, 하루는 친구만 걸렸다. 그 친구는 매질을 당한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마스터스는 "탈출하지 못했더라면 나도 죽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미국인으로 새 삶을 얻은 마스터스는 9세 때 왼쪽 무릎 아래, 14세 때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고 의족을 착용했다. 정강이뼈가 형성되지 않아 다리가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이었다. 마스터스는 어머니의 권유로 여러 스포츠를 하다 조정에 재미를 붙여 패럴림픽 메달까지 땄다. 허리 부상이 잦아지면서 몸을 단련하는 차원에서 사이클을 시작했고, 노르딕 스키에도 입문했는데 놀라운 재능을 보였다.

도쿄 패럴림픽을 100일 앞둔 시점에선 오른쪽 다리에 예기치 않은 수술을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한동안 훈련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도 의지를 불사르며 미국 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앉은 자세로 핸드사이클을 타는 마스터스는 "패럴림픽 출발선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라면서 "오늘은 타임 트라이얼에만 집중했다. 내일(1일)은 로드 레이스, 6개월 뒤엔 베이징(2022 동계 패럴림픽)이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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