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49세 사이클 鐵女 이도연, 패럴림픽 도로 독주 10위

"하늘나라 아버지 생각하면서 죽을 만큼 달렸어요. 하니처럼."

'철인' 이도연(49·전북·사진)은 31일 열린 도쿄 패럴림픽 사이클 여자 도로독주에서 12명 중 10위(55분42초91)를 했다. 2016 리우 대회 때 성적(4위)에 미치지 못했다. 평소 힘든 레이스를 마치고도 활짝 웃곤 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고글 밑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사이로 눈물이 흘렀다. 이도연은 "오르막 경사가 많아서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면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는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이날 경주에 쓴 핸드사이클도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아버지가 도쿄 패럴림픽 메달을 기대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셨거든요.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기쁨을 드리고 싶었어요. 만화 '달려라 하니' 아시죠? 엄마 보고 싶어 달리는 하니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저도 아버지 뵙고 싶은 마음으로 끝까지 달렸어요."

이도연의 세 딸은 전북 무주의 한 펜션에 모여 엄마를 응원했다. "딸들도 저를 달리게 하는 힘이죠. 딸들을 위해서 다음 경기엔 정말 뭐라도 값진 것 하나 갖고 싶어요. 엄마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어요."

19세 때 낙상 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된 이도연은 스포츠를 통해 삶의 의욕을 키워갔다. 30대 중반에 탁구 라켓을 잡았고, 이후 육상에 흥미를 가지면서 던지기 3종목(창·원반·포환던지기) 한국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기도 했다. 세계무대를 두드리고 싶어 41세이던 2013년 핸드사이클에 입문했다. 하계뿐 아니라 동계 종목에도 도전했다.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땐 노르딕스키 7종목에 나서 총 50㎞를 완주했다.

이도연은 1일 로드 레이스에 출전한다. 지난 리우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던 종목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좋아하는 코스예요. 몸 상태도 나쁘지 않고요. 체력은 자신 있으니까 자신감 갖고 더 열심히 해 볼게요." 눈물을 닦아낸 이도연은 다시 웃는 얼굴로 손 페달을 돌렸다.

한편, 탁구 단체에선 남자 차수용·박진철·김현욱(1-2등급), 백영복·김영건·김정길(4-5등급), 여자 서수연·이미규·윤지유(1-3등급)조가 준결승에 진출해 동메달 3개를 확보했다. 기고자 : 시즈오카=송원형 기자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본문자수 : 115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