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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리실, 27점 반환 요청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남기고 지난 6월 물러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정상 간 외교 활동으로 받은 선물을 몰래 착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30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측에 임기 도중 다른 나라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정부에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최근 발송했다.

신임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네타냐후가 떠난 총리 공관으로 지난 7월 이사했다. 총리실 직원들이 공관 물품을 점검했더니 네타냐후가 12년에 걸쳐 두 차례 총리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해외에서 받은 선물 중 42점이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베네트 총리 측은 전부 네타냐후가 자택으로 이사할 때 가지고 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정상 외교에서 받은 선물의 가치가 300세겔(약 11만원) 이상이면 국가 자산으로 분류한다. 베네트 총리 측 법률 보좌관은 사라진 42점의 선물 가운데 300세겔 이상인 27점을 리스트로 작성해 네타냐후 측에 반납하라고 독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가 반납을 종용받는 선물 중 대표적인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금박으로 장식된 유리 상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한 약 500년 전 성경 사본 등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명령한 행정 문서 사본을 담은 액자도 행방이 묘연해졌다. 교황과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들도 네타냐후가 가져간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네타냐후 측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네타냐후 측근 인사는 입장문을 발표해 "네타냐후가 받은 선물 중 법률에 의해 반환해야 하는 것은 모두 정부에 돌려줬다"며 "베네트 총리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현직 총리 간 진실 공방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베네트는 2006년 야당 대표이던 네타냐후의 비서실장을 맡아 정계에 입문했다.

네타냐후는 선물 착복 의혹과 별개로 집권 도중 세금을 들여 호화 생활을 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는 총리로 재임하던 2019년 11월 수뢰,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고자 :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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