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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도 안달라질것＂ 분통

"사람이 죽었지만 노조원들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걸요."

숨진 이씨가 소속된 김포 택배 터미널의 또 다른 대리점주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31일 빈소에서 만난 그는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씨가 주로 활동 무대로 삼았던 김포 택배 터미널에는 이날 전국 다른 대리점주들이 보낸 조화 280여 개가 줄지어 서 있었다. 조화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너희들이 바라던 게 이거냐"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상이 X 같네"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김포 택배 터미널 소속 대리점주들은 지난 5월부터 일부 택배 기사가 노조에 가입한 이후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노조원들이 배송하지 않는 상품은 점주들의 몫이다. 점주들은 택배회사와 맺은 계약 내용 상 배송 문제가 발생하면 여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노조원의 비율이 높은 대리점일수록 배송 문제가 더 심각하다. A씨의 대리점은 노조원이 45명 중 25명으로, 노조원 비율이 이씨 대리점 다음으로 높다. A씨는 "갈수록 배송하지 않는 정도가 심해져 아파트의 각 라인과 동별로 하나씩만 상품을 빼두는가 하면, 지난 8월 초에는 한 집에 배송된 같은 4개의 상품 중 하나만 빼둔 적도 있다"며 "배송하지 않는 상품이 매일 2~3t가량 쌓여 있다"고 했다.

A씨는 "비노조원들에게 매번 부탁하고 배달 기사보다 비싼 단가로 대체 인력을 고용해도 손이 모자라 결국 나도 나설 수밖에 없어 원래 하지 않던 배송을 매일 3시간씩 하고 있다"며 "기존 업무와 병행하다 보니 영업도 못 하고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터미널에서 4년째 대리점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까지도 이씨의 상품 배송을 도왔다. 그는 "13년째 알고 지낸 사람으로부터 '온종일 배송을 해도 손이 모자란다'며 도와달라고 연락이 오는데 참 안타까웠다"고 했다. B씨는 "이씨의 일을 돕는 날이면 이씨 대리점 노조원들로부터 '왜 대신 배달해주냐'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노조원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보다 개인적 욕심이 큰 것 같았다"고 했다.

다른 대리점을 운영하는 C씨는 "일부 직원이 최근 노조에 가입했는데 17년 점주로 일하며 가장 힘든 기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노조원들이 배송이 어려운 일부 물품을 빌미로 수수료를 올리려 하고 있다"며 "몸도 몸이지만, 노조원들이 소통에 나서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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