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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20년 주둔 끝났다＂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 국방부 화상 브리핑에 등장한 케네스 매킨지 미 중부사령관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와 미국인, 제3국인, 취약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키는 군사 작전의 종료를 알린다"고 말했다. 미군을 태운 마지막 C-17 수송기가 카불 시각 30일 밤 11시 59분에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을 떠났다는 것이다. 1분 차이로 철군 시한이 하루 당겨졌다. 수송기에는 크리스 도너휴 미 육군 82공수사단장이 마지막으로 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년의 아프간 주둔은 끝났다"는 성명을 냈다.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7일 시작된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이 공식 종료된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1세기 최초의 전쟁"이라 불렀던 이 전쟁에 미국은 2조2600억달러(약 2620조원)를 썼고, 미군 2461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이 모두 떠난 뒤 탈레반은 카불 공항 활주로를 걸으며 승리를 만끽했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전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 등을 통해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며 "세계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4명의 대통령이 20년간 치른 전쟁은 아프간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시도할 기회를 주고 많은 여성에게 교육과 직업을 추구할 자유를 줬지만 거의 모든 목표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었지만 2003년 이라크 침공과 뒤따른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의 부상에 가려 아프간은 자주 '잊힌 전쟁'이었다"고 했다. 아프간의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아프간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탈레반이 해외로 떠나기를 원하는 아프간인과 모든 외국인의 출국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아프간이 테러리스트들의 피난처가 되는 것에 반대하며, 여성, 아동, 소수민족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탈레반이 이런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의견조차 통일되지 않아,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책임을 흐리는 결의안이라며 표결에서 기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군 철수로 미국이 아프간에서 빠진 수렁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으며 이 또한 아주 위험한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했다. 탈레반이 국제사회 요구를 무시하고 테러리스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미국이 대피시키지 못한 협력자들을 가혹하게 대할 경우 국제사회와 격렬하게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군이나 중앙정보국(CIA), 미국 외교관들을 도왔던 아프간 통역사, 운전사 등과 그 가족 6만명이 탈레반의 보복 위험 속에 남겨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적자도 200여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대니얼 플레트카 선임연구원은 "탈레반이 (아프간) 운전석에 앉았고 과거 기록으로 보면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에 대한 승리를 기록한 곳에서 따뜻한 거처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의 신뢰를 되찾는 일은 커다란 도전이다. 바이든은 인도적 위기와 대규모 난민 발생을 우려하는 유럽 지도자들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고 아프간 철군을 결정해 버렸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동맹국 미국을 믿을 수 있느냐는 말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아프간을 떠나면서 유럽은 바이든에 대한 호감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아프간 개입을 중단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핵심 동맹들을 미래의 더 중요한 도전들에 대응하기에 더 좋은 입지에 놓은 것"이라며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베트남전쟁을 끝냈다고 해서 냉전 시기 미국의 동맹들이 붕괴하지 않았고, 나토가 아프간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면 대중 견제 같은 더 중요한 일에 관심과 자원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정부를 수립하고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기 위한 본격 절차에 착수했다. 탈레반은 본거지 칸다하르에 최고 지도부가 집결, 26명 정도의 첫 내각 인선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숫자로 본 아프간 전쟁 기고자 :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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